[주목 이 점포] 14년동안 한 곳서 도시락 팔아…26㎡ 매장서 月매출 5000만원
소자본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창업자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도시락전문점이다. 테이크아웃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33㎡(10평) 정도의 작은 매장에서도 창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력이 달리는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아이템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현대고 맞은편의 이면도로 골목에서 도시락전문점 '한솥도시락'을 운영하고 있는 정광순 사장(44 · 사진).자영업 시장에서는 결코 짧지 않은 14년 동안 한 장소를 고집하고 있다. 덕분에 현대고 학생들은 물론 인근 직장인,주민들은 이 가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동네 명소가 됐다.

정 사장이 이 가게 문을 연 것은 1998년.고등학교 앞이어서 도시락에 대한 고정 수요층이 확실할 것으로 판단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예상이 적중했죠.당시 점포 매출의 80%를 학생들이 올려줬으니까요. 가격이 2000원대로 저렴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찾았죠."

예상하지 못한 위기도 찾아왔다. 2000년대 초반 중 · 고교 급식이 시행되면서 도시락을 사먹는 학생들이 줄기 시작한 것.정 사장은 당황했지만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직장인들과 상가,아파트 주민 등으로 고객층을 넓히기로 한 것.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에 홍보 전단지를 넣고,자신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상가와 아파트에 전단지를 배포했다. "한 달에 두 번씩 전단지 홍보를 했죠.한 번 돌릴 때 적게는 4000부,많게는 8000부까지 뿌렸어요. " 홍보효과는 곧바로 나타나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객층이 다양해지면서 시간대별로 고르게 매출이 발생했다. 점심에는 직장인들이,오후 2~3시에는 상가 점주들이,학교가 끝나는 오후 4시께는 중 · 고교 학생들이,저녁엔 학원 학생들이 가게를 찾는다. 하루에 판매하는 도시락 수만 400~500개에 이른다.

인기 비결은 다양한 메뉴와 질 좋은 재료,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주 메뉴의 종류만도 30가지가 넘어 입맛대로 먹을 수 있다. 쌀과 김치는 100% 국내산을 사용하고 햄버거와 소시지에 사용되는 돼지고기도 국내산을 쓴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3000~3500원 정도여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은 물론 점심 값이 부담스러운 직장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점포를 리모델링했다. 간판을 비롯해 점포 외관을 밝고 화사한 카페 분위기로 바꿨다. 매장 내에 판매대를 설치해 컵라면과 음료수를 비치해 객단가가 상승하는 효과도 얻었다. 정 사장은 "리모델링 후 점포가 예쁘다고 찾아오는 여성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26.4㎡(8평)짜리 점포에서 한 달 매출 4000만~4500만원을 올리고 있다. (02)3443-2444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