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해외인재 영입에 나섰다. 대만 최고 반도체 회사로 꼽히는 TSMC에서 연구임원을 지낸 량몽송 씨를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한 데 이어 세계 2위 PC업체인 에이서의 전 대표이사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사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24일 삼성전자가 에이서에서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지안프랑코 란치와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란치는 1997년 에이서 이탈리아 법인 책임자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에이서에 근무했다.

그는 공격적인 넷북 전략으로 에이서가 세계 PC시장에서 HP에 이은 2위 업체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란치는 올초 태블릿PC 전략을 두고 이사회 멤버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3월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지 언론들은 란치가 퇴직시 경쟁사로의 이직을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간 계약을 맺은 것을 언급하며 "삼성 측이 란치를 영입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란치는 삼성전자에서 노트북 사업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7년간 TSMC에서 근무한 량몽송 대만국립칭화대 교수를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TSMC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1위 업체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외에도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 초에는 애플과의 특허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퀄컴 부사장 출신 특허전문가인 유병호 변호사를 상무급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고려대 산업공학과 출신의 유 변호사는 1999년 모토로라와 퀄컴 간 소송에서 퀄컴 측 대리인을 맡아 승소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

김현예/이유정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