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은 기술을 발달시킨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전혀 새로운 차원의 연구 성과가 있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초과학을 육성해야 합니다. "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7일 울산과기대(UNIST)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을 흑연에서 처음 분리해 낸 공로를 인정받아 자신의 스승인 안드레 가임 맨체스터대 교수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인류가 만들어 낸 최초의 '2차원 결정'이라고 보면 된다. 현존하는 물질 중 가장 단단하고 얇은(약 0.2 나노미터) 물질로 알려졌으며,상온에서 열 전도율이 가장 뛰어나고 구리보다 전류밀도(단위면적당 전자를 보낼 수 있는 양)가 100만배 이상 높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대부분의 과학자는 노벨상 받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며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거나 기존에 있던 것을 개선하는 식으로는 부족하고, 새 길을 여는 돌파구(breakthrough)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그래핀 연구를 확장해 흑연이 아닌 다른 원소에도 2차원 결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연구하고 있으며 결정들의 복합체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합체의 경우 2년 내 상용화가 예상되지만 그래핀을 활용한 트랜지스터 등 전자부품은 아직 상용화에 시간이 꽤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그래핀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연구진은 홍병희 성균관대 교수팀이다.

국내 과학기술 수준을 묻는 질문에 그는 "무척 강한(powerful) 나라지만 약간 응용연구에 치우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UNIST 그래핀연구센터 명예소장인 그는 이번 방한에 UNIST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UNIST는 노보셀로프 교수와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는 '노벨 펠로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울산=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