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을 운영하는 아마존은 전자책(e북) 판매가 종이책을 앞질렀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아마존은 이날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Kindle · 사진)'용 전자책 판매가 저렴한 대중용 판본인 페이퍼백(paperback)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초부터 킨들용 전자책이 페이퍼백 판매보다 15% 정도 많다고 설명했다. 두꺼운 표지로 장정해 도서관 등에 판매하는 고급 판본 하드커버(hardcover)와 비교해선 3배 정도 많았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올 상반기가 지나서야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 판매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며 "지난해 8월 출시한 '킨들3'가 수백만대 팔리면서 전자책 판매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퍼백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킨들 판매량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700만~800만대 정도가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킨들3'는 139달러(15만5000원)와 189달러(21만원) 수준의 낮은 가격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미국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은 지난해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출판협회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4개 대형 출판사의 전자책 판매액이 총 3억9240만달러(4370억원)로 전년 동기 1억4590만달러(1625억원)보다 2.7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형 출판사의 매출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3%에서 지난해 상반기 5%, 지난해 하반기 10%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전차책 콘텐츠는 81만여종으로 종이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12종 가운데 107종이 킨들 전자책이다. 이 가운데 82.7%인 67만종의 책은 9.99달러(1만1000원) 이하로 판매된다.

정지훈 관동의대 IT융합연구소장은 "본격적인 전자책 시대가 왔다는 이정표"라며 "전자책에 대한 출판사와 소비자의 거부감이 많이 줄면서 앞으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전자책 플랫폼이 속속 도입되면서 1~2년 내에 전자책 붐이 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