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0'에 참가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인재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교육과 관리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은 새로 확보한 인재들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인재 등용과 관리 시스템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나라 전체의 중 · 고등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들도 다수 제시했다. "교사의 선정 기준을 바꾸고 최첨단 정보기술(IT) 기기를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지적이다. 인재포럼에서 나온 제언을 정리했다.


(1) 미래 전략,직원에게 물어라

마이클 잭슨 셰이핑투모로 회장은 "직원들에게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는가 두 가지만 물어도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고 비즈니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미래와 발전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컨설팅펌이 아닌 직원들"이라며 "이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미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잭슨 회장은 1994년 한 우체국 직원이 "앞으로 편지는 인터넷을 통해 부쳐질 것"이라며 인터넷의 발달을 예측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2) 대학 졸업장에 연연하지 마라

케네스 그레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대학을 가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고등교육에 돈을 쏟아붓는 대신 대학 수준의 직업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국은 실업률이 높지만 숙련된 기술자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 로더 영국 배스대 교수도 "일반 대학 졸업자는 사양 업종을 살리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3) 스타 CEO 영입에 돈 쓰지 마라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서로를 '동료'라 부르는 평등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기업에서의 직위에 따른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며 "경영자와 사원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받는지 면밀히 따지고 임금 차이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 몸값 비싼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4) 한국서 공부한 외국인 잡아라

라인홀트 바이스 독일 연방 직업교육연구원 부원장은 "독일에서 과학기술을 공부한 외국인 대부분이 학위 취득 후 자국으로 돌아간다"며 "규제를 완화해 보다 많은 외국인 학위 취득자가 독일 내에서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해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원칙은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한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교육받은 지한파 외국인들을 적극 채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 업적은 즉시 보상하라

주디 리 휴잇어소시엇츠 다문화컨설팅 리더는 최근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을 '스피드'로 요약했다. 업무와 관련한 피드백과 우수한 업적에 대한 보상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시간으로 일의 결과를 확인하는 인터넷 세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조직 운영의 속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며 "의사결정과 보상이 천천히 이뤄지는 기업은 인력 이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니콜라 소바주 NH-CA자산운용 사장은 "신세대들은 금전적 보상 이상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인지 여부를 따진다"며 "젊은 직원들에게 사회공헌 활동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6) 학교 교육도 아웃소싱하라

토니 리틀 영국 이튼칼리지 교장은 "창의적인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학교 외부에 있는 각종 산업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의 교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 및 시설을 학교 교육에 이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공학과 학생들은 기업의 자동차연구소와,항공학과 학생들은 항공산업계와 연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가진 각계 인사들이 학생들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며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및 관련 자원들을 교육에 적극 활용해야 더욱 효과적인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7) 웹 3.0 시대 맞는 인재 육성하라

바버라 그라보스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패드와 아이폰,갤럭시S 등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고등교육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고등교육은 신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구축하고 생산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웹 2.0과 앞으로 다가올 웹 3.0은 학교와 국가라는 전통적인 학습의 경계를 초월하게 한다"며 "교육자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환경 변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8) 기존 인력 재교육하라

앤디 윌슨 영국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칼리지 총장은 "녹색산업이 새로운 주류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이 이 부문 전문가를 찾아 나서고 있는데 이는 현명한 일이 아니다"며 "엔지니어링 분야의 일부 기술 인력을 제외하면 기존 지식의 활용과 약간의 재교육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리더십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칼리지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비해 호텔의 물소비 패턴,음식쓰레기 관리,식품포장 등 숙박과 관광 분야에 특화한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다"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기술 교육만으로 훌륭한 녹색인력을 길러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9) 커뮤니케이터를 길러라

피터 럭스턴 호주 퀸즐랜드주 학습청 원장은 미래 교육이 요구하는 핵심 가치로 의사소통 능력을 꼽았다. 그는 "IT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교육의 전통적인 지식 습득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정보를 잘 전달하는 교사보다 의사소통을 잘하고 동기 부여에 능한 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퀸즐랜드주는 2005년부터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옵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며 "교사는 학생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조언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럭스턴 원장은 "기업에도 이 같은 원칙이 똑같이 적용된다"며 "커뮤니케이터형 인재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 다문화 인력 로드맵 만들어라

다문화 · 고령화 사회에 맞는 교육 및 인력관리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바 조시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인종과 연령대 등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일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긴다"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제대로 통합되지 않으면 노동 생산성이 둔화할 수 있다"며 "적어도 교육의 기회만큼은 공평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클라크 국제노동기구(ILO) 이사는 "남자와 여자,장애인과 비장애인 집단 간 갈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