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시스템즈(포토샵),오토데스크(설계 프로그램 제작사) 등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자 3개사가 자사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불법복제해 사용해 온 국내 중소기업 A기계,B소프트,C소프트웨어 개발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지닌 회사들이 정품을 구매하지 않고 불법복제해 써왔던 중소기업들에 수사기관 고소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민사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추세다. 또한 저작권사들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면서 불법복제한 프로그램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사용금지 소송까지 내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판결처럼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형사고소를 해 수사가 이뤄져 증거가 나온 경우에는 저작권자가 민사소송에서 이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민사소송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저작권사들은 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저작권 침해 혐의가 포착된 기업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한다. 이는 형사소송을 당한 기업이 정품을 구입하는 등 저작권사들과의 합의에 비용을 들이기보다 벌금을 내겠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약식기소의 경우 벌금이 몇 백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많게는 수천만원,수억원이 드는 합의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저작권법상 권리침해죄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친고죄에 해당돼 권리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

강기봉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선임연구원은 "벌금만 내고 끝내려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저작권사들이 꾸준히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불법복제해 사용하다 수사기관에 적발된 정보통신업체 D사는 8억원 상당의 정품을 모두 구입하고 저작권사에 합의금조로 약 4억원을 건넸다. 만약 저작권사가 민사소송을 냈다면 정품가격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에 법률 비용까지 들어가니 뒷수습에 비용이 2배로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저작권사들은 법적 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외국 회사들이 꾸준히 고소 · 고발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업체에 협조 문서를 보내고 저작권 침해 업체에 대해 소송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의 관리책임 의무 중요해져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저작권법에는 기존 컴퓨터프로그램보험법의 양벌규정에 기업의 관리책임 여부를 따지는 단서규정이 신설됐다.

양벌규정에 따르면 근로자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등 저작권을 침해했을 때에는 소속 근로자의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도 함께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신설된 단서규정은 저작권 침해행위가 사내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회사가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옛 법은 근로자의 불법행위가 일어나면 별다른 예외 없이 해당 기업도 처벌 대상이 됐다.

강 선임연구원은 "기업이 소프트웨어 자산관리 등 주요 관리의무를 다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면책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그린의 진웅 변호사는 "직원들이 불법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써왔다는 사실을 몰랐던 한 회사 대표가 낭패를 본 경우도 있었다"며 "저작권사들은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함께 사용금지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이고운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