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피자업계 1위인 미스터피자의 340여 가맹점주 가운데 박이호 서울 목동중앙점 대표(52)는 성공한 점주로 손꼽힌다. 1999년 단돈 4000만원으로 60㎡짜리 배달전문점을 시작한 뒤 11년 만에 국내외 4개 매장을 열어 중소기업 규모로 사업을 키웠다. 월 순이익은 5500만원에 달한다.

1983년 서통에 입사한 박 대표는 1999년까지 16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했다. 마지막 7년은 서통의 사업 파트너로 산업용 제지 업체인 미국 '에이버리데니슨'에서 근무했다. "합작사로 옮겼지만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실적만 강조하는 외국 기업의 문화에 적응이 안 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 박 대표는 '내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뒤 1년 동안 아이템을 찾았다. 삼겹살,패스트푸드,치킨과 피자를 놓고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피자점을 선택했다.

"외국계 회사여서 미래 시장을 볼 수 있었어요. 피자나 햄버거로 점심을 먹으며 회의를 많이 해 '피자점'을 하면 잘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 당시 피자가 대중화하지 않아 피자점의 성장성을 미리 읽을 수 있었던 게 창업 아이템 결정에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지금 잘 되는 아이템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뒤 각광받을 업종을 찾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

박 대표는 직장생활로 모은 4000만원에다 2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목동 3단지 앞에 60㎡짜리 미스터피자 배달점을 열었다. 그는 인력 관리와 서비스 차별화에 주력했다. "외식업소를 운영하려면 인력의 안정이 중요해요. 종업원의 잦은 이직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불만으로 연결됩니다. " 그는 숙식이 안정돼야 종업원이 열심히 일한다고 보고 '기숙사' 제도를 도입했다. 매장 인근에 월세로 방을 구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이 안심하고 지내도록 한 결과 장기 근속을 유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규 고객 확보와 단골 관리에도 특히 신경을 썼다. 개점 초기 주변 아파트촌은 물론 단독주택을 한집 한집 찾아가 인사하고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힌 병따개 등을 주기적으로 전달해 얼굴을 익혔다. 매장을 한번이라도 방문하거나 제품을 주문한 고객들은 주소와 전화번호를 기록해 할인쿠폰이나 기념품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클레임을 제기한 고객들에겐 이름을 기억했다가 반드시 시정 결과를 알려줘 좋은 평판을 얻었다. 또 샐러드는 부인이 손으로 직접 만든 샐러드를 무료로 제공해 만족도를 높였다.

그가 피자업계에서 지난해 10월 첫 도입한 '폰콜' 서비스도 화제를 모았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흔히 사용하는 '누르는 벨' 대신에 '미니 스피커'로 테이블에 앉아서 필요한 내용을 말하면 종업원이 곧바로 서빙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박 대표는 차별화한 고객 관리로 개업 후 성장세를 이어갔다. 첫 점포 개점 후 2년 만에 모은 돈으로 2001년 미스터피자 송파점을 열었다. 2년 뒤에는 200㎡짜리인 지금 점포를 11억원에 분양받아 이전했다. 목동점은 월 평균 매출 1억5000만원에 순이익 2500만원,송파점은 1억8000만원에 3000만원가량의 순이익을 내 양쪽을 합치면 순이익만 5500만원에 달한다.

"장사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나 견학을 오는 예비 창업자들이 많습니다. 영업비결을 알려 달라는 사람도 꽤 있고요. " 박 대표는 주인이 하는 만큼 고객이 찾아온다며 초심을 잃지 말고 소비자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 좀 벌었다고 주인이 골프에 빠져 잘 나가던 매장이 문을 닫은 곳도 있다"며 "매장서 주인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그 순간 고객들의 발길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고객을 잃는 것은 '순간'이지만 한 번 잃은 고객을 다시 찾아오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 대표는 사업 확대를 위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총 14억원을 투자해 베이징과 톈진에 매장 2개를 확보해 이달 말 오픈한다. "중국 소비시장은 한국에 비해 10년 정도 늦어요. 이제부터 피자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게 확실합니다. " 박 대표는"도전해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