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역은 강북의 핵심 상권 중 하나로 꼽힌다.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노원역 인근은 학원가와 오피스가가 밀집해 하루종일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지난해 11월 초 노원역 인근에 이색적인 분식점이 생겼다. 7호선 노원역 6번 출구를 나와 30m가량 직진하면 'BBQ올리브떡볶이 노원점'이 나온다. 쌀쌀한 날씨 탓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이 더욱 맛있어 보인다. 매장은 다소 좁게 느껴지는 26㎡ 규모의 소형 분식점이다. 한쪽 구석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위층은 허리를 굽혀야 올라갈 수 있는 미니 2층이다.

"손님들이 '2층짜리 분식점'이라고 부릅니다. 1층은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하고,매장 이용 고객들은 2층을 사용하고 있어요. " 점주인 이종열씨(52 · 사진)는 임대료가 비싸 매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2층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종업원 2명 모두 주부다. "주부이기 때문에 주요 고객인 아이들과 엄마들을 응대하기가 좋습니다. 고객들과 대화도 잘 통해 단골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 같아요. " 청소년은 물론 주부들을 위한 외식 공간을 지향하는 영업 전략도 소비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노원점의 하루 매출은 80만원 정도.'주부 입장에서 내 아이들에게 먹이는 음식을 만든다'는 영업방침이 통했는지 고객들 반응이 괜찮다. 학생은 물론 보험회사 병원 등 주변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많이 찾아온다.

이씨는 올리브떡볶이 노원점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전업주부였다. 자녀를 다 키워 조그만 가게라도 하고 싶어 아이템을 찾다가 떡볶이를 택했다. "평생 장사를 해본 적이 없어 무엇을 할지 고민했어요. 떡볶이는 집에서도 만들던 음식이어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 그는 지난해 초부터 서울시내 50여곳 이상의 떡볶이 가게를 다녀본 뒤 노원점을 열었다. 가게는 상권을 잘 아는 집 근처에 내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초보 창업자가 짧은 기간에 자리잡은 비결로 '경쟁력 있는 메뉴'를 꼽았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한식 세계화의 대표 상품으로 떡볶이가 선정된 뒤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본사에서 다양한 맛의 떡볶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다 순대 닭꼬치 등 서브 메뉴가 많은 것도 강점입니다. " 이씨는 분식백화점을 내세운 컨셉트도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곳의 메뉴는 30여종에 달한다.

요즘 이씨는 한창 장사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지금 가게의 하루 매출을 100만원 선으로 끌어올린 뒤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전업 주부에서 점주로 변신한 이씨에게 여성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더니 "여성들은 창업을 희망하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면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성격이 활달해 과감하게 창업했고,일을 해 보니 생각보다 즐겁다고 덧붙였다. (02)930-0282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