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리만치 아이들은 휴대폰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 살배기 딸 아이가 있는데 집에만 가면 제 휴대폰만 갖고 노는 거예요. 버튼을 누르면 불빛이 나오는 그 '장난감'이 신기했나 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만들게 됐죠."

유아용 놀이 앱 '베이비폰'으로 불과 3개월 만에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유재현씨(34)의 설명이다. 그는 이달부터는 아예 다니던 소프트웨어 회사도 그만 두고 창업에 나섰다. 유씨는 "사무실 임대부터 세금 문제까지 신경 쓸 일이 많지만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1인 창조 기업이 뜬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커지면서 앱 개발로 이른바 '대박'을 거두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4년까지 우수한 콘텐츠를 갖춘 '1인 창조 기업'을 5만개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학생 이민석씨(27)는 SK텔레콤의 온라인 앱 장터인 T스토어에 '지하철 알림이' 프로그램을 올려 두 달 만에 4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이씨가 만든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하철에 탔을 때 도착 역을 설정해 두면 깜박 잠이 들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알려주는 앱이다. 휴대폰에 있는 위치 확인 장치와 알람 기능을 묶어 만들어냈다. 그는 "일반인들은 개발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신석현씨(34)도 지난해 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MS),SK텔레콤 등이 공동 주최한 '옴니아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후 형아소프트란 회사를 차렸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피아노,플루트,드럼 등을 연주할 수 있는 '옴니아노'란 앱을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1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성과도 올렸다.

신씨는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면서 이 시장에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다만 한순간 반짝이는 프로그램으로 1인 창업을 하는 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비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털 · 게임,신시장 선점 경쟁

국내 포털 · 게임 업체들도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NHN은 애플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뉴스 캐스트,지도,웹툰(만화) 등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맛집을 검색해 주는 '윙버스 서울맛집',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앱인 '미투데이'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관련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한메일,뉴스,카페,지도,사전,증권 등의 서비스를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아이폰용으로 내놨다.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선보인 아이폰용 '네이트온 메신저'는 다운로드 순위 1~3위권을 오르내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 회사들도 스마트폰 관련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애플의 온라인 앱 장터인 '앱스토어'에 11개 게임을 공급하고 있는 컴투스는 올해 해외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3배 이상인 100억원으로 잡았다. 이 회사는 올해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용 게임도 10여종 개발할 계획이다.

게임빌은 아이폰 · 안드로이드폰용 게임뿐만 아니라 MS의 윈도폰,림(RIM)의 블랙베리용 게임 등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역할수행게임(RPG) '제노니아2'가 한국 게임 최초로 미국 앱스토어에서 게임 부문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며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을 해외에서 현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최근의 앱 개발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다양한 회사들과 개인들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앱 장터를 열어놓고 있는 애플,구글과 국내 통신사들의 정책 변화도 계속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락/박영태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