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내 쏟아지는 멘션에 놀라서 답을 달기도 어려웠습니다.분에 넘치게 말씀들을 건네주셔서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고맙습니다.더 열심히 살겠습니다.편안한 밤 되세요.트윗친구 여러분 사랑합니다.”
==> “제 모습을 이렇게 화면서 보니까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ㅜㅜ 좋게 보아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 “자꾸 그러지 마세요 손발 오그라들고 있어요 ㅜㅜ”
==> “문자로 티비 감상평을 보내주신 메세지주의 압권은 우리 주교님의 ‘잘 보았습니다 근데 식사 천천히 하세요’라는 메세지 였다. ㅠㅠ”
==> “어제 받은 멘션중 압권은 ‘박상면인줄 알고 들여다보니 아니시군요 팔로 합니다’ 와 ‘보고 있는데 방에 들어 온 와이프왈 ‘박명수 닮았다’ 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ㅠㅠ”
==> “한 분 한 분 답변을 드리자니 업무를 전폐해야겠고 그렇다고 그냥 없던 일처럼 하자니 양심에 걸리고 -- 이를 우짜면 좋지? 하루종일 고민하다가 그냥 “감사합니다.”한 번 더 말씀드리는 것으로 단체답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ㅠㅠ”

박용만.1955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54세.직책은 두산그룹 회장.

사실 재벌 총수의 사생활은 만인의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여러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적게는 수백억 많게 수천억원의 재산을 가진 그들은 과연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 집에서는 주로 뭘하고 지낼까. 뭘 먹고,쉴 때는 뭘할까. 이러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재벌 총수들은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내봤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거라고 믿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일반 여론이라는 게 재벌에 그리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 등에 사생활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도 덜 성숙된 상황에서는 더 더욱 그럴 것이다.

24일 ‘SBS 출세’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회장은 이 같은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화면 가득 등장한 박 회장의 일상사는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베트남 쌀 국수로 ‘떼우는’ 아침 식사, 출근 때 아내에게 뽀뽀하는 모습, 회사 업무, 퇴근 뒤 직원들과 갖는 회식자리 등 그의 소탈한 일상사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재벌 회장의 감춰진 또 다른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TV 화면이라는 게 한계가 있어 박 회장의 전부를 보여줄 순 없었겠지만, 또 화면 속 그가 실제 그의 전부라고 믿는 시청자들도 거의 없겠지만, 어쨌든 좀처럼 보기 힘든 재벌 회장의 단면은 다소 생소했지만 웬지 익숙한 모습이기도 했을 것이다.

박 회장 그 또한 한 가정의 가장이요, 남편이며, 아버지였다. 아침에 일어나 아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아내가 만들어준 아침식사를 먹고 출근 때 아내의 볼에 입맞춤(아내는 초등학교때부터 눈이 맞아 결혼까지 골인했단다. 그의 아내 사랑은 대단한 것 같다. 아래 기사 참조)하고 아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길에 나선다. 직장에 오면 후배 직장인들에게 성공하는 법을 충고해주는 직장선배 혹은 사회선배로 자리매김한다. 박 회장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TV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재벌회장은 말 그대로 드라마속 재이야기였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박 회장 스스로 그랬다. “TV속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룹 회장이 회사의 중차대한 일을 결정할때 며칠 고민하면서 고독한 결정을 내리는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의사결정 시스템에 의해 여러 참모들의 의견을 참조해 결정을 한다”

열렬한 트위터사랑으로 잘 알려진 박 회장은 아마 TV출연 뒤 많은 트위터족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나 보다. 그는 “저녁내 쏟아지는 멘션에 답을 달기도 어려웠다”고 했고 또 “제 모습을 화면서 보는 손발이 오그라든다”고도 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컸던 모양이다.

박 회장은 재계에서도 소탈한 회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회장이라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아랫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몇 안되는 CEO 중 한명이다. 아무리 그래도 TV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특히 옆에서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은 아마 TV출연을 극구 반대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출연을 강행한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일이 재벌 회장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바로 잡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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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회장의 아내 사랑 >

박용만 ㈜두산 회장이 직원들에게 첫사랑 사연을 공개했다. 두산그룹 사보 ‘추억의 사진을 꺼내다’ 코너에 ‘나의 첫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을 올린 것. CEO(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추억을 소탈하게 털어 놓으며 직원들에게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섰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두산의 한 직원은 “평소 대하기 어려웠던 CEO가 직접 쓴 진솔한 풋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야기는 첫사랑을 처음 만난 초등학교 5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학교 입시 준비를 위해 함께 과외 받던 친구의 집에서 그는 친구의 여동생과 운명처럼 마주쳤다.그녀를 만났던 순간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썼다. “지금도 그리라면 그릴 수 있겠지요.감색 교복에 노란 스웨터를 덧입은 하얀 얼굴의 소녀.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때 그 아이의 모습만이 온 머리를 채웠죠.”

박 회장은 그녀를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했다. 숫기 없는 성격 탓에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하고 중·고교 6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대학 진학 후 친구에게 “네 동생과 사귀어도 되겠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노(NO)’였다. 잘못하면 우정에 금이 갈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친구의 말을 받아들였다.

4년 뒤 대학을 졸업할 때 몇 건의 선이 들어왔다. 하지만 별로 흠 잡을 데 없는 상대를 그는 갖은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첫사랑의 기억이 마음에 남아서다.결국 그녀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11년간 간직해온 마음을 고백했다.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 소녀는 오늘 이 순간에도 컴퓨터를 두드리는 내 옆에서 졸고 있어요. 정말 행운아인 나는 첫사랑을 죽을 때까지 곁에 둘 수 있게 됐지요. 이제는 아줌마가 돼버린 아내에게서, 아직도 가끔은 하얀 얼굴과 노오란 스웨터가 너무도 예뻤던 그 소녀를 봅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