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과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이를 둘러싼 파장이 예상된다. 노동계가 올해 사활을 걸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방안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에서 이례적으로 시행 찬성 입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계는 비정규직법과 쌍용차 문제 등 최근 노동현안에 대해 조금씩 다른 입장차를 보였지만 유독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반대해왔다. 특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실시되면 노동운동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며 내년 1월 예정된 이 제도의 시행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올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관련 투쟁은 전쟁이나 마찬가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노동현장에서 상징성을 가져온 대형 기업 노조의 대표들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더구나 서울메트로 노조는 현재 민주노총에 소속돼 있다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들 노조의 조합원 숫자는 각각 1만8000~2만여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노동계에서 나온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찬성안에 대해 "그동안의 전임자 임금지급 관행은 노조 운영의 불투명성과 권력화,관료화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이라며 "노조 내부에서도 그만큼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당장 재정이 위축된다는 점 때문에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하지만 노조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던 재정 운영을 투명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운동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단법인 시대정신의 홍진표 이사도 "민주노총 등은 오랜기간 변화를 거부하면서 이미 자체 개혁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라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이들 노조의 개혁을 촉발하는 자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양대 노총과 학계 일각에서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찬성 목소리에 대해 "재정이 탄탄한 일부 노조가 노동계 전체의 절박함을 외면하고 있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국노총 김종각 정책본부장은 "정부나 재계,또는 노동계 일부가 하라,말라를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기업별로 전임 여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므로 자율적인 노사협상을 통해 정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