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강동구 고덕ㆍ하남시 일대

"미사리 보금자리지구 확정으로 서울 강동권역에는 이제 미사지구,고덕재건축,강일지구,풍산지구까지 총 7만세대에 육박하는 한강변 주거벨트가 형성될 겁니다. "

서울의 동쪽 끝인 강동구 고덕동 일대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편리한 교통여건에도 불구,그동안 강남 · 서초 · 송파 등 강남권에 밀려 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강동구가 작년 고덕지역 재건축단지에 대한 기본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정부에서 546만6000㎡(약 165만평)의 부지에 4만세대가 거주하는 '신도시'(보금자리주택단지)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고덕재건축 1만1530세대,강일1 · 2지구 1만484세대,풍산지구 5768세대 등을 합쳐 총 6만7782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한강변 신도시가 탄생하게 된다.

이 일대에서 영업 중인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 김문기 삼성공인 대표(고덕동),진영규 광개토공인 대표(상일동),구교숙 아이파크공인 대표(하남시 덕풍동)를 지난 3일 고덕주공단지 앞에서 만나 현장을 둘러봤다. 부동산 전문가인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도 동행했다.

먼저 김 대표는 단계적으로 재건축이 이뤄질 고덕 2~7단지가 '강동 한강신도시'의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강일지구와 미사지구,풍산지구 등은 임대주택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중대형 아파트가 많이 들어설 고덕 2~7단지가 고급 주거지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고덕동 일대 집값이 지난 1월에 비해 1억원이 넘게 올랐다. 고덕주공 2단지 공급면적 기준 59㎡(18평)형의 가격은 7억~7억2000만원 선.저점이었던 작년 11월만 해도 5억4000만원에 거래됐었다.

고덕주공2단지는 법적으로 완화된 용적률(상한 250%)을 적용한 건축계획을 수립,주민동의를 받는 중이다. 2004년 안전진단의 관문을 통과한 3,4단지도 최근 주민설명회를 갖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6,7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을 받고있다. 김 대표는 "고덕주공은 임대아파트 비중이 50%인 인근 강일지구와는 차별화될 것"이라며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아 살 사람들은 서두르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진 대표는 "변수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국내외 경기변동에 따라 집값이 영향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 대표는 "강일지구를 임대단지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어서 인근 주거단지가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강일2지구 내 첨단업무지구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등 10개 기업이 자리잡는다.

대화를 듣고있던 이 팀장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발빠른 사람들은 재건축이 끝나 투자성이 떨어진 새집을 팔고 낡은 고덕주공으로 갈아타고 있다"며 "재건축 투자로 재미를 본 사람들은 '편한 집'보다는 좁고 낡아도 '돈되는 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하남 풍산지구로 옮기기로 했다. 승용차로 강일지구를 거쳐 풍산까지 10여분이면 충분했다. 차가 하남에 막 진입하자 구 대표가 "왼쪽 순대국밥집 여주인은 앓아누웠고 오른편 찜질방 사장님은 화가 많이 나 있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두 곳 다 지은 지 얼마 안 됐지만 보금자리지구 지정으로 토지가 강제수용될 처지에 놓였다.

구 대표는 "풍산지구는 차로 강남까지는 30분 걸리는 교통 요충지인데도 대중교통 여건이 안 좋아 소외받았다"며 "미사지구가 확정되면서 서울지하철 5호선이 풍산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 속에 매물이 쑥 들어가고 가격도 2000만~3000만원씩 뛰었다. 작년 4~8월 입주를 시작한 풍산지구 아이파크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85㎡형짜리가 5억원대를 호가한다. 신혼부부들의 수요가 많아 전셋값도 서울에 못지않다. 85㎡형의 전세가격은 1억7000만~1억8000만원 수준.

구 대표는 "다만 내년부터 중대형 아파트의 전매제한이 풀리면 빚을 얻어 투자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곳에는 3억원 이상의 대출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경부고속도로가 30년간 경기 남부의 경부축을 인기지역으로 바꾸어 놓은 것처럼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등의 개통을 앞둔 동부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호기/이건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