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에 콧수염이 달린 이탈리아 배관공 '슈퍼마리오'.그는 일본 닌텐도의 1985년작 '슈퍼마리오 브러더스'에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다.

슈퍼마리오 브러더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게임이다. 벌써 4000만개를 넘었다. 슈퍼마리오는 애니메이션과 수십 가지 캐릭터 상품으로 변신하며 닌텐도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놨다. 수명이 기껏 1~2년인 보통 게임 캐릭터에 비하면 올해 스물다섯 살인 슈퍼마리오는 '불사조'다.

'스토리텔링'은 게임산업의 핵심요소다. 게임엔 '개방형 스토리(open ended design)'와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 있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는 무한대로 증식과 분열을 반복한다. 캐릭터는 대중과 상호작용하며 그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쉰다.

슈퍼마리오를 개발한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는 "게임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대중이 좋아하는 문화코드를 게임으로 만들고 이를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산업에서 캐릭터가 스토리텔링과 결합하면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최고의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구성은 지나칠 만큼 단순하다. 귀여운 캐릭터가 괴물을 때려잡는 온라인 게임이다. 그러나 전 세계 사용자 1억명은 이 게임에 열광했다. 책과 식음료,학용품 등 700여종의 관련 상품이 나왔고 책 판매량만 1200만부에 육박한다.

성공 요인 역시 단순하다. 화려한 3차원 그래픽의 대작 온라인게임이 주류인 상황에서 메이플스토리는 2차원 그래픽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승부를 걸었고 이용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업데이트했다. 개발 당시부터 원소스 멀티유즈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게임과 스토리의 만남은 전통 문화유물에도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보 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를 스토리텔링한 보드게임 '서기행전'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주인공 서동(백제 무왕)이 어려움에 처한 백성을 구하기 위해 5악사와 함께 아버지 용을 찾아가 왕이 된다는 이야기.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모형이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 게임을 만든 써밋디자인의 박건부 대표는 "백제를 소재로 한 문화자원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드는 사업의 하나"라며 "역사와 지역을 아우른 문화자원을 활용해 청소년들에 대한 학습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