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체가 내 시장이다. "

티셔츠를 팔아 일본 최고 부자가 된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60).부친이 운영하던 양복점 점원으로 출발,1984년 캐주얼 의류매장 유니클로 1호점을 연 야나이 회장은 불과 25년 만에 매출 5865억엔(약 8조1300억원)의 일본 대표 기업으로 키웠다. 회장에 오른 뒤에도 '현장'을 챙기겠다며 스스로 사장직에 복귀한 그는 61억달러(8조2400억원)의 재산을 보유,닌텐도 창업주를 제쳤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 24일 한국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세계 경영철학은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불황에 값싼 의류를 팔아 급성장했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싼 게 전부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유니클로보다 더 싸도 안 팔리는 옷이 많다"며 "우린 고객의 잠재 수요를 찾아내 그것을 충족시키는 가치를 제공해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니클로의 히트 상품들은 기능과 패션에 적정한 가격까지 결합해 기존 의류시장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옷이다. 보온성 신소재로 만든 '히트텍'(방한내의)이나 '브라톱'(브래지어 패드가 붙은 여성용 웃옷)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유니클로는 상품기획 · 디자인을 도쿄와 뉴욕에서,생산은 90% 이상을 중국에서 하는 글로벌 분업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는 "유니클로야말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시장을 개척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히트텍'은 지난해 2800만장을 만들어 모두 팔아치웠다. 가격은 불과 1000엔 남짓(한국에선 1만4900원)이다. 치밀한 수요 예측과 계획 생산 · 판매로 품목당 100만장 이상 대량 생산하면서도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은 경쟁 업체들이 좀체 따라오기 힘든 유니클로만의 강점이다. 아무리 잘 팔리는 인기 품목이라도 출시한 지 한 달 남짓 지나면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또 티셔츠,재킷 같은 기본 아이템에 충실해 디자인 등 개발비를 최소화한다.

유니클로의 성적표는 화려하다. '지난 5년간 매출 90% 증가,점포수 3배 확장,평균 영업이익률 15%….' 2009 회계연도에는 매출 6600억엔(9조원),영업이익 1010억엔을 달성해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도 2006년 진출,연 평균 6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유니클로는 이 같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는다. 야나이 회장은 "옷을 바꾸고,의식을 바꾸고,세계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휴대폰이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바꿨듯이 옷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안상미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