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ㆍ한국CM전략연구소 '방송광고 호감도 베스트' 선정

셀 수 없이 쏟아지는 TV광고 중 시청자의 기억에 각인된 것은 많지 않다. 나아가 좋은 이미지로 남거나 감동시킨 방송광고는 더욱 적다. 영상의 분위기와 메시지가 조화를 이뤄 울림을 낳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CM전략연구소는 시청자 1200명을 대상으로 TV광고 928편에 대한 호감도(MRP)를 조사해 업종별로 1위를 가려낸 '고객을 감동시킨 호감도 베스트'를 선정했다. 이 중 '신용카드' '유제품' '항공여객운수' '가전제품' '은행' '이동통신서비스' 등 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비씨카드,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아시아나항공,LG전자 '휘센',KB국민은행,KTF '쇼' 등의 TV광고를 집중 소개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창의성이 돋보이면서도 사회ㆍ문화적인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비씨카드

신용카드 부문 1위에 오른 TV광고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방송된 비씨카드의 '중국여행' 편이다. 한국말 하는 중국 사람들을 통해 현지 카드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다. 여기에는 한국인들의 해외 여행 붐과 한류 열풍에 따른 외국인의 한국어 배우기 바람 등의 세태를 바탕에 깔고 있다. 특히 '비/씨/카/드'와 동일한 4음절 카피와 중국 영화를 연상시키는 세로 자막 배치로 시선을 붙든 뒤 웃음으로 풀어낸 발상은 신선하다. 호감도는 여성보다 남성에게,특히 해외에서 카드 이용이 많은 40대 남성층에 높게 나타났다. 좋아하는 이유로는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이해하기 쉽고' '활기차다'는 순으로 나타났다.


◆LG전자 '휘센'

정려원과 이선균이 신혼부부로 등장해 멋진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패러 글라이딩을 즐기는 장면을 통해 에어컨 '휘센'이 자연에 가까운 바람을 준다는 내용이다. 방송 드라마에서 로맨틱한 남자로 뜬 이선균의 '쿨'한 이미지가 에어컨의 시원한 속성과 잘 어우러져 있다. 이 광고는 혼수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은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층에서 호감도가 특히 높게 나타났다.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모델과 제품이 잘 어울린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제품과 모델의 적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만드는 명품 TV광고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한 방송사 예능프로에 단 한 번 출연한 뒤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격투기선수 추성훈이 냉장고를 열자 바나나맛 우유가 쏟아지고 그 앞에서 춤을 추는 내용이다. 추성훈의 부드럽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제품에 투영한 것이다. 지난해 유행했던 '난나나~송'을 배경음악으로 채택해 자칫 신인모델이 가져올 수 있는 낯선 감정을 완화하고 친근감을 강화했다. 주 구매층인 기혼 여성이 미혼 여성보다 더 높은 호감도를 나타내 타깃층 공략에 높은 효과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편은 항공사와 마일리지의 만남을 연인의 만남으로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고객들이 누적 마일리지를 다양한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직접화법으로 전달한다. 마중 나온 사람들이 저마다 피켓을 들고 있는데,거기에는 마일리지 사용처를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만남과 기다림이란 일상적인 모티프는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도록 했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로는 '이해하기 쉽다' '독창적이다' '문구가 설득력이 있다' 순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브랜드의 TV광고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이해성'을 강조한 셈이다.


◆KB국민은행

'겨울소녀' 김연아가 '여름소년' 박태환을 만났다. '이번 여름,큰 물에서 좀 놀다 오겠습니다'라는 카피는 다소 껄렁하지만,가볍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느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오겠다는 멘트보다 즐기듯 경기를 풀겠다는 의지가 더 가슴에 와닿았다. 배경음악인 라스트 굿나잇의 'Pictures of you'의 피아노 선율과 보컬의 목소리는 영상과 잘 어우러져 감정을 배가시켰다. 두 젊은 국민영웅을 모델로 내세운 결과 리딩 뱅크로서의 대표 이미지에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새롭게 갖게 했다. 또 전 연령층에서 고루 좋아하는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KTF '쇼'

"대통령 되면 (아빠) 뭐 시켜줄래~"라는 아빠에게 일곱 살 아들은 "탕수육"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긴다. '유머'와 '독창성'이 돋보이는 TV광고다. 외국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빠와 한국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들을 보여줌으로써 3세대 이동통신 기술에서 광고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글로벌 로밍과 영상통화를 은연중 선보여 서비스의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아빠가 외국에서 고생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맛있게 사탕을 먹으면서,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미운 일곱 살' 아들이 밉지 않다. 유명 모델을 기용하지 않더라도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사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조사방법과 의미]

고객의 '감성'과 브랜드에 대한 '경험 가치'가 마케팅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TV광고에서도 시청자의 마음을 측정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나 광고의 인지도만으로는 소비자 마음 속 변화들을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TV광고의 효과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널리 쓰였던 광고시청률(GRP)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호감도(MRPㆍMind Rating Point)를 조사했다. 지난 8~10월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0세에서 59세 사이의 시청자 1200명을 대상으로 최근 TV에서 본 광고 중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 내용과 브랜드나 기업을 생각나는 대로 적도록 했다. 광고 내용을 보여준 뒤 조사하는 기존 방식과 차별화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평균 3.1개를 떠올려 총 3700여개의 샘플들이 마련됐다. 응답 사례를 실제 전국 인구 구성비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해 환산했고,전국 인구 중 해당 광고의 호감 인구 비율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시청자들이 떠올린 TV광고들은 집행량이나 크리에이티브,TV 시청률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TV광고에 대한 시청률과 호감도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나타냈지만 일치하지는 않았다. 광고 시청률은 광고 호감도의 42%만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