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돈 <성균관대총장 seo1398@skku.edu>

2년 전 어느 일간지 기자가 인터뷰 도중 "휴대폰학과는 학과 이름으로 너무 '천박'하지 않으냐.모바일학과라
면 학문적으로 조금 이해가 되지만…"하고 물었다. 대답은 단연코 "그렇지 않다"였다. 그때 처음 '휴대폰의 진화'란 말을 사용했는데,불과 2년 전의 휴대폰과 지금의 휴대폰은 놀랍게 변했다. 패셔너블한 외양('두루마리 휴대폰'도 곧 선보일 거라고 한다)은 말할 것 없거니와 TV 시청을 넘어 인터넷까지 너끈한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휴대폰이 불과 십수년 사이에 우리 생활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두루뭉술하게 모바일학과라고 하지 않고 휴대폰학과라고 작명한 까닭이다. 의사 출신인 필자가 보기엔 앞으로 개인의 건강 진단이나 관리도 모두 휴대폰이 대행할 것 같다. 휴대폰의 위치추적 기능은 고전이 된 지 오래이며,머잖아 날마다 혈압이나 당뇨 수치를 체크해 담당 병원에 자동으로 보내게 되고,심전도 측정까지 가능할 것이다. 말하자면 '주인'의 주치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라도 그 진화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바로 휴대폰 아닐까.

지식정보 사회인 21세기에 접어들어 실용적인 학문 분야를 중요시하는 흐름 못지않게 대학에서 앞으로 관심을 많이 기울여야 할 분야가 '지식의 융합'일 것이다. 최근 통섭(通攝)이란 말로 통칭되는 지식 간 융합과 통합은 21세기 학문의 화두로 대두됐다. 개별 학문지식만으로는 현대 사회의 다층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면서 분야 간 경계 허물기와 지식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지과학,뇌과학,진화심리학 등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신생 학문의 이름이 유행처럼 횡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 아래 대학에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 '에너지과학학과' '기술융합학과'등이 속속 신설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학문 통섭에 대한 논의와 요구가 많아질수록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아 어떻게 학문의 융합이 이뤄지고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어 갈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 아닐까. 다시 휴대폰의 미래를 생각해 보자.10여년 전에 비해 현재의 휴대폰이 발전한 것은 기술,디자인,재질 등의 발전에 힘입은 것만은 아니다. 경제,문화,사회학뿐 아니라 인지과학,심리학적 발전 등 많은 학문이 동시에 휴대폰의 진화에 융합된 것이다. 즉 앞으로 더 인기 있는 휴대폰을 만들려면 학문의 통섭,융합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융합 학문과 실용 학문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대학의 절대 과제다. 이 얼마나 중요한 진화의 발전 방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