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정한 분양가보다 25%가량 값을 내렸더니 지난주에만 903가구가 계약했습니다. 21일 예정된 추가계약분까지 합치면 계약자 수는 1000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

대전에서 지난달 말 분양한 '금강 엑슬루타워(2312가구)' 아파트 순위 내 청약성적이 저조하자 전체 물량의 절반을 25% 할인해 내놓은 풍림산업 관계자는 할인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16가구를 분양하는 95㎡(28평)형에는 89명이 몰려 가장 높은 5.5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을 만큼 가격 할인 이후 수요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경기도의 대표적인 미분양 지역인 용인의 '신봉 동일하이빌' 아파트 분양가를 주택형별로 4~10% 내린 동일하이빌도 가격 할인 마케팅에 성공했다. 분양 담당자는 "몇 달간 2~3건에 그치던 계약건수가 가격 할인 이후 껑충 뛰어 열흘간 40여건의 추가 계약이 들어왔다"며 "분양대금을 많이 내는 중대형 물량에 오히려 계약이 몰려 놀랐다"고 전했다. 대형 주택(193~206㎡형)의 할인폭을 중소형보다 많은 6580만~1억원으로 정한 게 주효한 것.

미분양 아파트가 비공식통계로 25만채를 넘길 정도로 심각한 이유는 분양가격과 무관치 않다.

최근 만난 한 중견건설사 사장은 "지금껏 아파트 분양가를 정할 때는 주변 시세를 고려해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끌어올리고 과연 이 값에 팔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관건이었다"며 "하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공감대가 약해진 요즘에는 옛날 방식으로 분양가를 정했다가는 낭패를 본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미분양아파트의 가격을 내리는 데 주저한다. 한 대형건설업체 사장은 "중도금을 선납하면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지금도 분양가를 깎아 주고 있는 셈"이라며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 커서 분양가를 공식 인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도 안 팔리면 바겐세일을 한다. 건설사도 '지으면 언젠가는 팔리겠지'하는 부동산가격 상승기의 전략을 수정할 때가 됐다.

정호진 건설부동산부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