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교수ㆍ경제학>

정치득실 따른 이분법적 대립구도 산물

태생적 한계…재산세 편입이 순리

2007년 신년연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부세는 전체 가구의 2.4%인 23만여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세금이니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지금도 생명력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종합부동산세 일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났음에도 정부ㆍ여당의 개편안이 자고나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98 대 2'는 '노무현 프레임'의 압권이다. 여론몰이를 통해 정치적으로 세금을 부과해 국민을 '편 가르는 것'만큼 국가를 피폐하게 하는 것은 없다. 어느 나라든 세금은 '국민의 의무'로 규정돼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세금과 관련해 '인지부조화'의 상태에 빠지게 돼 있다. 세금을 내기는 싫지만 내지 않을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길은 그럴 듯한 이유를 붙여 다른 사람에게 세금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사회적 의사결정'이 그 통로가 된다. 사회적 의사결정은 그 속성상 다중(多衆)의 선호와 이해관계를 반영하게 되기 때문에 '다수의 횡포'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자신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당한 근거' 없이 타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하고,정치권은 이 같은 요구를 정파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이러한 금선(禁線)을 넘었다. 참여정부의 '2분법적' 대립구도가 그것이다. 종부세도 따지고 보면 그 일환이다.

종부세와 국가균형발전 전략은 '대립구도' 설정이라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 항으로 설정하고,수도권 자원을 지방으로 옮기고 수도권으로의 진입을 규제하면 그만큼 지방이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정부는 임기 말에 서둘러 혁신도시 건설을 착공하고,125개 공공기관의 혁신도시로의 이전계획을 확정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다음 정부가 말뚝을 뽑지 못하도록 잘 감시해 달라"는 당부인 셈이다.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국세로 걷어 '지방교부세'로 돌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부세가 없어지면 지방자치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게끔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볼모'로 잡은 것이다.

종부세를 헌법만큼 고치기 어렵게 하겠다는 전직 관료의 호언장담의 배경은 그랬다. 자신들을 '절대선(絶對善)'이라고 믿지 않는 한,그 같은 정책행태는 불가능하다.

원칙과 상식에 충실하면 종부세 개편은 어려울 것이 없다. 종부세는 고가주택에 대한 과세이니 만큼 기초공제를 포함,9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에서의 방점은 1주택이다. 따라서 장기보유의 기준을 '8년씩' 끌 필요는 없다. 부동산거래의 촉진을 위해서도 3년이면 족하다. 만약 이 같은 조치로 종부세 세수감소가 지나치면,'세율' 인하폭을 낮추면 된다. 민주당도 종부세 개편에 대해 '특권층만을 위한 감세'라는 정치공세를 접어야 한다. 민주당 주장대로,더 많은 국민들이 세금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소수의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종합소득세 납부대상자의 10%가 조세의 81.9%를 납부하고 있다. 세금 편중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종부세는 태어나서는 안 될 세금이었다. 종부세라는 기형적인 보유세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종부세를 지방세가 아닌 국세로 거둔 것도 과세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종부세는 잘못된 믿음에 기초한 증오가 저변에 깔린 세금이었다. 따라서 종부세는 마땅히 재산세에 편입돼야 한다. 필요하면 '상식적'인 선에서 누진율을 설계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