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씨(40)는 중학교 2학년 때 산에 올랐다 발을 삔 후 내측 복사뼈가 안으로 더 튀어 나오면서 걸음걸이의 탄력과 신체하중을 분산시켜 주는 발바닥의 족궁(足弓 또는 arch)이 무너져내렸다. 학창시절이나 군복무 중일 땐 몰랐는데 아치가 무너지면서 척추가 휘어지고 장거리 보행시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피로가 오는 것을 느꼈다. 몸무게 70㎏의 성인이 하루에 1만보를 걸을 경우 신체에 전달되는 충격의 누적 합계는 무려 1000t에 달한다. 따라서 평발에 가깝게 아치가 무너진 사람은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씨는 맞춤신발 제작업체인 '워킹온더 클라우드'를 찾았다. 33년 경력의 독일인 슈마이스터가 발의 종(縱)아치와 횡(橫)아치가 이미 보통사람보다 심하게 내려앉아 있고 나이가 더 들면 바깥쪽 복사뼈가 바로 아래뼈와 충돌해 걷는 데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진단해줬다. 이에 발모양에 깔창(insole)을 맞춰 신발에 넣고 다니니 보행감이 한결 나아졌다.

국민스포츠로서 걷기운동이 날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각자의 발 바닥 형태와 걸음걸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걷는 것은 정작 발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기능성 슈즈는 지나치게 충격을 많이 흡수한 나머지 오히려 발근육에 적절한 자극을 주지 못해 발목 근력을 약화시킬수 있다. 또 발과 신발 간의 유동공간이 넓어 발이 삐끗해지는 경우도 있고 개인별로 다른 발 모양까지 교정하는 효과는 없다.

이 때문에 발 형태가 건강하지 못한 워크홀릭에겐 맞춤 신발이나 깔창이 큰 도움이 된다. 지난 3월 '워킹온더클라우드'에서 기존 구두에 까는 일반용,족부 질환 환자를 위한 정형용,걷기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스포츠용,당뇨병으로 발이 썩을 위험이 있는 환자를 위한 당뇨병용 맞춤 인솔 및 신발을 선봬 걷기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풋 스캐너로 발의 길이와 볼,발등 둘레,족궁의 높낮이를 계산한 다음 용도에 맞게 코르크 가죽 고무 탄소섬유 폴리우레탄 플라스틱수지 등으로 깔창을 제작한다(사진).이를 통해 발의 변형을 예방하고 보행시의 충격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수술이 아니면 족부기형을 고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 수술까지 고려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김동호 워킹온더 클라우드 신발공학연구소장은 "평소 오래 서 있을 때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굳은 살과 티눈이 심각한 사람,신발 뒤꿈치 중 어느 한 쪽이 유난히 많이 닳는 사람,발목을 심하게 다친 적이 있는 사람 등은 한번쯤 자신의 발 건강을 점검하고 깔창을 맞춰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맞춤 깔창은 제작비가 10만~30만원,맞춤 신발은 50만~100만원 선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