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분명히 제시하는 기업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들에 '기업에 물어보기는 했느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대학들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이 공급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대학들이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 회장은 이날 강원도 양양 쏠비치호텔에서 열린 '2008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 참가해 "기업은 대학에 가서 취업설명회를 여는데 왜 대학의 취업 담당자들이 기업을 찾아오는 일은 없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최하위 수준인 데는 기업과 대학이 서로 다른 인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그동안 학생들이 지식을 흡수하도록 하는 데 치중했지,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성공하는 해외 선진국의 뒤에는 기술개발 파트 외에도 역량있는 대학의 존재가 있다"며 핀란드 울루공대의 사례를 들어 대학들이 실험ㆍ실습ㆍ인턴십 등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울루대학의 경우 졸업에 필요한 120과목 중 80과목이 실습과목으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또 대학들이 자본주의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이념에서 창조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하고 반자본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ㆍ고교 교과서의 기업ㆍ자본주의를 부적절하게 기술한 부분을 시정해 달라고 교과부에 건의했는데 무려 337곳이나 수정할 게 있었다고 덧붙였다.

교과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손 회장은 "2006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인문계 졸업생 취업률은 40%,공대 졸업생 취업률은 77%라고 하는데 수요가 많은 전공 정원을 더 늘리고,그렇지 않은데를 줄이려면 교과부 허가가 필요하다"며 "이런 점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대학 총장들에게 "학생을 뽑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들여달라"고 주문했다.

고교 3학년 졸업 직전 석 달간 입시를 진행하는 것이 다양한 학생을 뽑는 것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사교육비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장관은 "지금처럼 입시철에만 학생을 고르게 되면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고 점수에 의해 선발하니 선행학습 위주의 사교육이 성행한다"며 "대학이 교육을 바로잡아주는 측면에서 대학입시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총장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잘 활용하고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같은 시험을 거쳐 꿈과 의지를 가진 학생을 뽑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양양=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