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하라.'

역사상 뛰어난 투자자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투자원칙 중 하나다.

그러나 사실 장기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례로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1970년대 초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한 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매일 가격이 변하는 주식의 가격을 보면서도 30여년 넘게 주식을 갖고 있다.

버핏은 2005년 초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의 주식을 매입한 후 '왜 지금 이 회사의 주식을 샀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금까지 25년 동안 이 회사의 연차 보고서를 읽어 왔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가격대에 이르렀다."

개인투자자들이 버핏처럼 20~30년 동안 기업을 검토하고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정도의 놀라운 인내심을 발휘할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개인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손실에 대한 공포다.

손실이 발생하면 안절부절못하고,더 돈을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처분하는 사람들은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버핏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50% 급락하는 것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월가 역사상 최고의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도 펀드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자신이 투자한 펀드수익률이 단기간에 20~30%씩 떨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최근 이런 상황에 처해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 펀드,해외 펀드 가릴 것 없이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20% 안팎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만일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고 마음이 편치 않다면 자신의 '투자 시간축'을 늘릴 필요가 있다.

국내외에서 이뤄진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3~5년 정도의 시간축만 확보해도 손실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28~1991년의 63년 동안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약 4년 단위로 투자했을 때의 손실은 단 한 차례 발생했다.

바로 1929년 대공황 이후 시점이다.

이 시기는 미국 국민 10명 중 4명이 실업자였고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줄도산했던 때다.

나머지 기간은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1980년 지수 100으로 시작한 국내 증시도 대략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경우 3년 이상 투자하면 대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3~4년이란 기간은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일종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버핏처럼 20~30년 동안 투자할 수는 없지만 3~4년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기간이다.

이 정도의 기간도 기다릴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참을 수 없다면 피터 린치의 얘기처럼 펀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정신 건강에 더 좋은 일이지도 모른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이자 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지능보다 성격과 관련된 기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기질의 핵심은 바로 손실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과 배짱이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보다 '보통사람'이 투자를 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