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가는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해 총 5222개 품목에 대한 약가 재평가 작업에 본격 착수,제약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약제비 적정화방안 시행,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이어 또 다른 악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과거와 달리 매출 규모가 큰 대형 품목이 대거 포함된 데다,약제비 절감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 과거보다 큰 폭의 약가 인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까 제약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07년도 약가 재평가 대상 5222개 품목을 잠정 확정해 발표했다.

2002년 처음 도입된 약가재평가제도는 국내 의약품 가격이 선진 7개국의 평균 약가보다 높을 경우 이에 맞춰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올해 주요 재평가 대상은 1998년 8월 이전에 등재된 품목 중 의약품 분류번호 390∼799번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업체별로는 SK케미칼이 총 106개 품목으로 가장 많았고 △중외제약(95개) △종근당(83개) △한미약품(73개) △동화약품(71개) △동아제약(70개) △대웅제약(61개) △유한양행(60개)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 대부분이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품목별로 보면 한미약품의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한독약품의 당뇨병 치료제 '아마릴' 등 매출 순위 20위권 내 대형 품목이 대거 포진해 있다.

복지부는 해당 기업들의 의견 수렴과 품목심사를 거쳐 오는 9∼11월 중에 최종 약가 인하 품목과 인하율을 발표한다.

이때 확정된 품목은 내년 1∼2월 중에 약가가 인하된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올해도 총 5222개 품목의 약 27%에 해당하는 1400여품목에 대해 10%대의 약가 인하 조치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5년의 경우 해당 품목 5320개 중 1477개(27.7%),2006년에는 5354개 품목 중 1411개(26.3%)에 대해 각각 약가 인하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그러나 올해는 과거보다 품목 수가 더 늘어나고,인하폭도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보면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약제비를 절감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며 "올해는 보다 큰 폭의 약가 인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과거에는 오리지널 품목이 약가 인하의 주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복제약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가뜩이나 위기감이 높은 제약업계에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