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家) 오너 3세女들 간 '명품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얼굴마담' 정도로 인식돼 온 명품이 포화상태에 이른 백화점 생존경쟁의 돌파구로 재인식되면서 '감각있는' 오너 여성들이 상품 소싱에서부터 인테리어,상품개발에까지 팔을 걷고 나선 것.

올 상반기 신세계 본관 개장을 계기로 더욱 가열될 명품 전쟁을 이끌 유통업계 오너가의 여장수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롯데쇼핑 이사(36),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외손녀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35)와 친손녀인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37).

2005년 3월 롯데의 명품관 에비뉴엘의 작명에서부터 명품 입점까지를 총괄,에비뉴엘을 2년 만에 한국의 대표 명품관으로 키워 신 회장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장 이사는 백화점업계 라이벌인 신세계의 명품 위주 본관 개장을 앞두고 수성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캐나다와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분주한 연말을 보낸 장 이사가 꺼내든 카드는 '명품 멀티숍'.루이뷔통 불가리 등 해외 명품의 단일 매장기준으로 매출 1위를 석권한 에비뉴엘은 세계적인 명품 트렌드를 제시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소화할 수 있는 멀티숍을 올해의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았다.

작년 11월 에비뉴엘 3층에 선보인 '힐 앤 토트'가 대표적인 사례.유명 구두와 가방명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숍은 월 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릴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에는 2층과 5층에도 각각 새로운 멀티숍을 개장할 계획이다.

명품 멀티숍이 신세계를 겨냥한 화공(火攻)이라면 1일부터 직원의 서비스 교육을 강조한 '아이러브 에비뉴엘'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수성전략이다.

30~40대 고객의 향방에 명품 운영의 사활이 걸린 만큼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고품격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정유경 상무는 이에 대해 명품에 관한 한 '타도 롯데'의 기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롯데 본점과 근접한 본관에 명품관을 열어 에비뉴엘을 정면 공격하는 한편,명품 아울렛 몰인 첼시 개장을 통해 우회공격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정 상무는 롯데와의 명품전쟁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작년 말 사무실을 신세계 본사로 옮겼으며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미국 뉴욕 명품시장을 둘러보고 롯데를 공략할 세부전략을 세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섬세한 감각을 지닌 데다 전공도 비슷해 신세계 본관의 명품관과 첼시의 명품 운용이나 인테리어 등은 동생인 정 상무가 전적으로 맡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상무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의 관심사는 '따로 똑같이'다.

명품이라는 대상은 같지만 정작 승부수를 띄울 시장으론 백화점이 아닌 면세점을 선택했다.

삼성그룹이 백화점 운영을 하지 않는 까닭도 있지만 면세점 명품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한 것.이 상무가 작년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면세점박람회에 신라호텔 면세점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비밀리에 방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세계면세점협회(TFWA)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 면세시장 규모는 270억달러에 이르며,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성장속도가 매년 30%에 이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여행과 출장이 잦아지는 것과 비례해 면세점을 통한 명품 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다.

올 인천국제공항 제2청사에 면세점 확보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보다 면세점에서 명품을 팔 때 이익이 더 난다"며 "여행이나 업무로 해외 나들이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면세점이 새로운 수익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