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 서먼이 슈퍼우먼으로 등장하는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은 전형적인 뉴요커 룩(New Yorker Look)을 보여주는 영화다.

평범한 뉴요커 제니(우마 서먼)의 드레스 룸에는 수백 벌의 옷과 신발이 가득 차 있다.

평상시에 즐겨 입는 스타일은 목까지 올라오는 블라우스와 무릎을 덮는 길이의 스커트, 7부 길이의 코트.

여기에 검정 뿔테 안경을 착용해 보수적이면서도 지적인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러나 제니가 슈퍼우먼인 'G걸'로 변하면 달라진다.

A라인의 미니스커트와 몸에 꼭 맞는 상의를 입거나 짧은 원피스로 자신의 잘 빠진 몸매를 드러낸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원더우먼과 같은 슈퍼 영웅과 달리 G걸은 등장할 때마다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 패션 센스를 과시한다.

다만 슈퍼맨의 'S'자와 같이 자신을 상징하는 이니셜 'G'가 항상 따라온다.

슈퍼맨과 다른 점은 의상이 아닌 목걸이나 팔찌,벨트 등의 액세서리에 그 이니셜이 이용됐다는 점이다.

워낙 멋쟁이기에 그녀의 이니셜 'G'는 마치 명품 브랜드의 로고를 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그들의 로고와 심벌 등을 이용해 브랜드를 인식시켜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품질 보증을 위해 디자이너 이름을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이니셜 로고는 브랜드에는 모조품을 막아내는 역할,착용자에게는 자존심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니셜 로고가 브랜드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착용자만'을 상징하기도 한다.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나만의 것'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특별한 그 무엇으로 여기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패션 회사들의 마케팅 아이디어로까지 이어져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티셔츠,운동화,인형,화장품 등 다양한 '나만의 제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유미하(패션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