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독서당계회도’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독서당계회도’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한국의 조선시대 그림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69만3000달러(약 8억9800만원) 확인합니다. 더 없으십니까? 낙찰입니다.”

지난 3월 22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 경매사가 망치를 ‘땅’ 내리치자 지구 반대편 서울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 사무실에서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올 2월 중순 이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환수를 위해 한 달간 기울인 노력이 마침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강혜승 유통조사부장은 “경합이 붙어 낙찰을 장담할 수 없었다”며 “직원들의 철저한 조사와 준비 덕분에 예산을 확보해 귀중한 문화유산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를 떠돌던 470여 년 전 ‘보물급’ 그림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이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한 산수화 ‘독서당계회도’다. 조선시대에는 젊고 유능한 문신들에게 휴가를 줘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가 있었다. 이들이 글을 읽던 곳이 독서당(讀書堂)이다. 계회도는 선비들의 친목 모임 광경을 그린 그림을 뜻한다.

이번에 환수한 작품은 문신들이 한강에서 뱃놀이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중종이 재위하던 1531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크기는 가로 91.3㎝, 세로 62.2㎝다.

작품 속 독서당은 서울 옥수동 인근인 두모포다. 우뚝 솟은 응봉(매봉산) 뒤로 남산과 북한산, 도봉산을 그렸고 응봉 양쪽 봉우리는 푸른색 안료로 칠했다. 봉우리 아래에는 안개 속으로 독서당의 지붕이 보이고, 강에는 관복을 입은 선비들을 태운 배가 떠 있다.

그림 밑에는 성리학의 대가 주세붕과 송인수 등 12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박은순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현존하는 16세기 독서당계회도 세 점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른 작품”이라며 “회화 수준과 보존 상태가 뛰어나 이 시기 실경산수화를 대표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존하는 독서당계회도 중 19점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 작품이 어떻게 국외로 반출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동양학자로 교토 국립미술관 초대 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가 소장했고, 그가 사망한 뒤 다른 일본인이 입수했다가 최근 경매에 내놨다. 이 작품은 다음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