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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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전부턴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갓물주'와 같은 표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건물주가 세입자 우위에 있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건물주와 임차인은 상생이 불가능한 관계일까요.

이른바 '억울한 세입자'들의 호소는 대부분 이렇습니다. 처음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위험을 감수하고 가게를 시작했는데, 영업이 잘 돼 손님들이 모이고 입소문까지 타 상권까지 형성되면서 임대료가 대폭 상승,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밀려난다는 겁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본인 노력으로 건물 가치가 상승했는데 역으로 임대료가 올라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억울할 수 있겠죠.

반면에 건물주 입장에서 보면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동안 장사가 잘 돼 크게 수익을 가져가는 동안 최초 계약했던 초기의 임대료 외에는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떤 매장이 영업이 잘 되서 소위 대박이 났다고 가정했을 때, 대박난 매장의 건물주로서 임대인이 실제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은 재계약 때 같은 임차인에게 추가적인 임대료를 받거나 더 많은 임대료를 내는 다른 임차인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임대인의 입장에서 계약 이후 매일 줄서는 매장됐다고 해도 계약 기간 동안(최근에는 법으로 이 기간을 보장해 주고 있지만)에는 계약시 정해진 임대료 외에 추가 이익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의 분쟁은 이런 추가 이익 발생에 대한 동상이몽에서 비롯됩니다. 건물주는 자신 소유의 건물이 좋아서, 세입자는 본인 브랜드가 좋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건물주와 세입자가 협업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의 임대차 계약이 등장했습니다. 그동안 쇼핑몰이나 기관이 소유한 상업시설에서는 흔히 통용되던 '수수료 매장' 형태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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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하면 세입자가 건물주의 공간에서 영업을 하고 발생하는 매출 일부를 건물주에게 임차료로 지불하는 형식입니다. 커피숍의 경우 매출의 12~15%,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매출의 10~12%와 같이 대략적인 지불 수준도 어느정도 시장에 관례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계약을 할 경우 장사가 잘 되면 더 많은 임대료를, 장사가 잘 안되면 더 적은 임대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서도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본인의 건물과 가장 어울리는 업종의 좋은 브랜드를 입점 시켜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아가 똑똑해진 건물주들은 이미 검증된 임차인을 모시기 위해 TI(Tenant Incentive)라는 제도를 도입해 세입자의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기도 합니다. 세입자로 하여금 최소한의 리스크만 가지고 들어와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매출을 공유해 추가적인 이익을 얻고, 나아가 건물 가치도 올리는 방법입니다.

미국, 영국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가두 상권의 건물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임대차가 활성화 돼 있습니다. 한국은 이전부터 내려오던 고정 임대료 방식이 통용돼 오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임대차 방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건물주는 부동산이라는 공간을 제공하고, 세입자는 그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어 영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서로 나누어 가지는 일종의 동업 형태.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상생'일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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