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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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의 대표적인 선행지표 역할을 합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전셋값은 주택의 사용가치이라면 매매값은 시장의 교환가치입니다. 전셋값은 부동산의 내재가치(Fundamental Value)에다 이자율 등을 감안해서 반영하는 데 전셋값 변동은 시차를 두고 매매값 변동으로 이어집니다. 경매시장 역시 아파트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죠. 경매물건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곧 침체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거래량은 어떨까요? 지난해 금리인상 등으로 뚝 끊긴 거래량이 살아나면서 앞으로 주택가격도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거래량과 주택가격은 어떠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나면 시장을 어느정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과 주택가격 상승률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개월 연속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나내고 있습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12일 신고 기준)은 총 2487건으로 지난 2월(2462건) 거래량을 넘어섰습니다.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는데…집값도 바로 오를까요[양지영의 집콕시대]
지난해 10월 558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731건, 12월 835건, 올해 1월 1417건, 2월 2462건 등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3월 거래량은 아직 신고 기간(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에 거래 신고)이 보름 가까이 남아있기 때문에 최종 거래량은 3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죠.

그렇다면, 그 시기에 집값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7주 연속 축소됐습니다. 강동구는 상일·고덕동 신축 대단지 위주로 급매물 소진이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서울은 지역별로 보면 강동구(0.00→0.01%)가 전반적으로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주 보합이었던 서초구는 -0.01%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강남구(-0.11→-0.09%)와 송파구(-0.06→-0.02%)도 낙폭이 줄었습니다.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주택가격이 오른 것일까요? 아니면 주택가격이 오르니까 거래량이 늘어난 걸까요?

그동안 부동산학 연구 분야에서도 거래량과 주택가격과의 상관관계에서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실증 결과는 거래량과 주택가격은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거래량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먼저 주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주택가격이 거래량에 영향을 주는지의 여부입니다.

거래량이 가격의 선행이라고 한다면 거래량은 가격보다 더 적시에 공개되기 때문에 수요자가 주택가격을 움직임을 예상할 때 거래량을 통해 예측할 수가 있습니다. 반면 그 반대라고 한다면 거래량은 주택가격 예측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2011년 논문에서 “가격 변동은 거래량 변동에, 그리고 거래량 변동은 가격 변동에 상호 인과관계에 있다. 거래량이 증가할 때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하락하면 가격이 하락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즉 주택 가격이 거래량에 선행할 수도 있고, 거래량이 주택 가격에 선행할 수는 있지만 이는 가격 상승할 때 유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거래량의 선행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타인(Stein)은 1995 논문에서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가 구매한 주택의 자기자본도 감소하게 되어 주택을 팔면 대출금 상환 후 새 주택 구매에 필요한 자기자본이 줄게 되므로 기존 주택을 매각하려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가격 변동이 거래량 조정의 원인이라는 겁니다.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는데…집값도 바로 오를까요[양지영의 집콕시대]
최근 거래량과 가격 움직임을 보고 어떻게 흘렀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과 KB월간 부동산 시계열의 월간 아파트 매매값 증감 추이를 나타내는 자료입니다. 최근 1년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가격과 거래량의 변동폭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거래량이 늘어나면 가격도 상승하고, 거래량이 줄면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래량이 10월부터 조금씩 증가하자 아파트 가격도 올해 1월에 반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역별로 거래량과 가격의 상관관계를 보겠습니다. 2012년 서울 거주자들의 인천 아파트 매입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고, 대출도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인천으로 서울 거주자들이 이동한 것이죠.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천 아파트값은 급등을 합니다. 한국부동산원 시계열에 따르면 2012년 1년간 누적 상승률은 인천이 32.93%로 가장 높았습니다.

기간을 좀더 길게 봅시다. 최근 2008년부터 2002년까지 연도별 움직임에서도 거래량과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거래량이 폭증하면 가격도 크게 동반하고 있지만 거래가 줄어든다고 해서 가격이 항상 동반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량을 통해 앞으로 가격 예측이 가능 하지만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도 그랬듯, 가격이 먼저인지 거래량이 먼저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거래량과 가격의 움직임 시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거래량 변동만 보고 가격의 장기 추세를 예측하는 것은 큰 무리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어떤 한가지 요소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거시경제, 물가, 금리, 주택정책, 경제성장률 등 분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관심 있는 매물이 잠재가치에 대비 현재가치가 얼마나 저평가 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양지영R&C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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