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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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코인 시장은 뜨거웠습니다. 올해 비트코인의 가격은 2배 이상 급등했고 이더리움은 그 이상 폭등했었습니다. 도지코인을 포함한 알트코인의 가격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도지코인의 경우 한때 약 2만5000%가 상승한 경우도 있습니다.

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자 코인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에 다시 코인이 화폐 또는 미래의 화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코인이 주목받을 때마다 코인이 법정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코인을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디지털화폐로 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화폐의 기능이 무엇인지 그리고 화폐로 받아들여지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코인은 화폐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화폐의 기능과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교수는 자신의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인류 3대 발명품으로 불, 바퀴와 함께 화폐(중앙은행제도)를 꼽은 바 있습니다. 폴 새뮤얼슨은 화폐를 불과 바퀴만큼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만큼 화폐는 현대 경제시스템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화폐를 이용하면 직접 물물교환을 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낮은 비용으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화폐는 '교환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화폐는 물건의 거래를 싸고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데 화폐를 이용하기 때문에 상품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화폐로 매겨지게 되며 이에 화폐는 '가치의 척도'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5800원인 맘스터치의 싸이버거 세트와 5900원인 맥도날드의 BTS 세트와 비슷한 가치를 갖는다고 인식되지만 1200원인 애플파이보다는 약 5배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고 인식됩니다. 즉 화폐로 물건의 가격을 매기면 성질이 매우 다른 물건 사이의 가치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또 화폐를 이용하면 원하는 물건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화폐를 소유하는 것을 부를 축적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화폐는 '가치의 저장수단'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즉 교환의 매개체,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수단의 세 가지가 화폐의 역할 및 기능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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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화폐를 이용하는 사회 구성원들이 화폐를 이용해 물건을 거래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현재 위기에 놓여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화폐인 아프가니로 값을 지불하겠다고 한다면 이 거래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 교환의 매개체로 쓰이는 화폐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신뢰에 있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원화'를 법정통화로 사용하겠다고 합의한 것입니다. 또한 그 화폐의 가치가 미래에도 비슷하게 안정적으로 유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화폐에 대한 신뢰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TV를 사려고 하는데 가격이 3일 전에는 120만원, 이틀 전에는 180만원, 어제는 90만원이었다면 오늘 원화를 이용하여 TV를 사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화폐로 인정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 확보이며, 이 신뢰는 사회적 합의와 해당 화폐의 낮은 가치 변동성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치 변동성이 매우 높고 아직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코인은 현재 시점에서 화폐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된 코인들의 가치 변동성이 낮아지고, 화폐로 이용되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게 되는 날. 그때 비로소 코인은 '교환의 매개체' 역할과 '가치의 척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화폐로서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홍기훈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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