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재의 命理 산책] 명문대 4학년 재학생
독일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 게슈탈트 치료의 창시자인 펄스는 동양철학(東洋哲學)의 도가사상(道家思想)에 관심이 깊었다고 한다. 도가사상의 핵심은 바로 자신에 대한 깨달음 즉 자각(自覺)이다. 게슈탈트란 ‘개체가 자각(自覺)한 자신의 행동 동기’를 의미한다. 게슈탈트는 독일어로 전체, 형태, 모습이라는 의미이다. 개체는 대상을 지각할 때 그것을 산만한 부분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 즉 ‘게슈탈트’로 만들어서 자각한다고 하였다. 개체가 자신의 유기체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행동(行動)동기로 조직화하여 자각(自覺) 한 것을 말한다.

인생에는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의 흐름이 있다. 그중에 하나 길(吉)한 흐름으로 인수(印綬)라는 운(運)이 있는데 보통 짧게는 1년 길게는 무려 9년의 기간이 이어진다. 인수(印綬)란 벼슬에 임명될 때 임금에게서 받는 신분이나 벼슬의 등급을 나타내는 관인(官印)을 몸에 차기 위한 끈을 말한다. ‘인수를 허리에 찬다’라는 말은 임관(任官)한다는 뜻이고, ‘인수를 풀다’라는 말은 퇴관(退官)·면관을 의미하였다. 이러한 운이 오면 평소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좋은 결과물이 생긴다. 관직(官職)에 나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관록(官祿) 운이, 학업(學業)에 임하는 사람은 정성을 다한 만큼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인수(印綬) 운(運)의 흐름을 잘 탄 역사적 인물로 대표적인 분은 세종대왕(世宗大王 /1397 -1450)이다. 충녕대군이 조선의 제4대 임금으로 등극했던 시기는 세자(世子)가 된 지 40일이 채 안 된 1418년 8월(22세)이었다. 운의 흐름을 살펴보면 18세-23세 시기로 왕자(王子)인 신분에서 세자(世子)로 세자에서 왕(王)으로 등극하는 인수(印綬) 운의 시기였다. 물론 이러한 운이 왔다고 해서 결과가 좋았다고 생각하면 오해(誤解)이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평소 자신을 연마하는 데 게을리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세종대왕(世宗大王)을 준비된 왕이었다고 평(評)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인 학생이다. 남들의 눈에는 최고의 대학에 학생이지만 막상 졸업을 앞두고 자신의 직업을 찾으려 고민을 하다 보니, 새삼 지난 학부 4년 동안의 공부가 아닌 4년 전(前) 입학 당시 치열했던 진학(進學)·진로(進路) 고민에 대한 갈등이 다시 떠올랐다. 4년 전 자신이 원하는 과(科)와 어머니가 원하는 대학(大學)을 사이에 두고 시작되었던 갈등은 결국 어머니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갈등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자신의 명국(命局)에 나타나는 어머니의 영향력이 곧 자신의 인생길이었기 때문이다.

명국(命局)을 살펴본다. 신약(身弱)한 자신이 주장을 펴는 의지(意志)의 자리와 규율과 규칙을 나타내는 환경(環境)의 자리가 서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을 이루고 있다. 타고난 명국(命局)이 신약(身弱)한 사람일수록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환경이란 가정에서는 부모님이요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나 학교 친구들이다. 흉문(凶門) 길괘(吉卦)에 왕(旺)한 어머님의 모습은 신약한 아들에게 있어 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영향력(影響力) 하에서 아들이 언제쯤 정신적(精神的) 분화(分化)가 이루어지는가이다.

대학 진학 후 학생의 흐름은 인수운(印綬運)의 시기로 바뀌었다. 인수 운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갈망하고 자각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흐름이다. 어머니의 영향력은 아직도 여전하냐는 질문에 지금은 내 자신의 선택에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고 한다. 정말로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학업을 하고 싶은데, 막상 자신의 생각과 선택이 옳은지에 대한 확신을 행동으로 나타내기에 어려움이 있어 상담을 받고 싶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인수(印綬) 운의 시기에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자각(自覺)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나 평소 자신의 삶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인생의 길(吉)과 복(福)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왔다가 지나간다.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 젊은 친구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여동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