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본 자가 굶주림의 슬픔을 안다. 패장(敗將)이 패전의 치욕을 안다. 이성과 경험은 거리가 꽤 멀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그 의미를 절반도 가슴에 담지 못한다. 경험이 빠진 담론은 때론 공허한 메아리다. 창가로 스쳐가는 농촌의 들녁은 고즈넉하다. 한데 그곳엔 농부의 땀이 배어 있다. 처지가 다르면 생각도 다르고, 처지가 비슷하면 생각도 닮아간다.

춘추시대에 자주 회자되는 오자서(伍子胥)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다. 초나라 태자 비무기의 모함으로 태자태부로 있던 아버지와 관리였던 맏형이 처형당하자 복수를 위해 오나라로 망명했다. 그는 오나라 공자 광에게 자객 전저를 천거했고, 광은 전저를 시켜 사촌 동생인 왕 요를 시해하고 스스로 왕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을 합려라고 이름했다. 월나라 구천에게 죽임을 당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단초가 된 바로 그 인물이다.

오자서는 자객을 천거한 공로로 권세 막강한 대부가 되었다. 그해 역시 비무기의 모함으로 아버지를 잃은 백비가 초나라에서 망명해 오자 그를 천거해 함께 정치를 했다. 대부 피리가 오자서에게 물었다. “백비의 눈매는 매와 같고 걸음걸이는 호랑이 같으니 필시 사람을 죽일 상이오. 공은 어인 까닭으로 그런 자를 천거하셨소?” 오자서가 답했다. “그가 나와 같은 원한이 있기 때문이오. 하상가(河上歌)에 ‘같은 병은 서로 불쌍히 여겨(同病相憐) 한 가지로 걱정하고 서로 구하네(同憂相救)’라고 했소.”
그로부터 9년 후, 합려는 초나라에 대승을 거뒀고 오자서와 백비는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았다. 한데 피리의 예언대로 오자서는 월나라에 매수된 백비의 모함에 빠졌고, 분을 참지 못한 오자서는 스스로를 태워 목숨을 끊었다. 불길한 예언은 대개 들어맞는 법이다. 남방의 앙숙 오나라와 월나라의 흥망성쇠를 다룬 《오월춘추》에 나오는 얘기다.
[바람난 고사성어] 동병상련(同病相憐)-처지가 비슷하면 생각도 닮는다
“네 맘 알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네 글자다. ‘네 맘을 안다’는 건 너의 마음에 내 마음이 섞여 있다는 거다. 소통은 내 마음에 네 마음을 담으려는 심적 투쟁이다. 머리로만 하는 이해는 늘 부족하다. 공감은 마음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리는 일이다. 타인을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일이다. 처지가 비슷하면 생각도 닮아간다. 설령 처지가 달라도 마음을 가슴으로 내리면 두 마음이 훨씬 잘 섞인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