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기업이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수비적으로 웅크리고 있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결국에는 있는 것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선취 골을 따냈다고 수비에만 치중하다가 상대 팀의 줄기찬 공격에 무너지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결국 공격과 수비의 구별 없이 공격 위주로 게임을 펼치는 쪽이 승리할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의 저서 <이건희 에세이>를 보면 자녀들과 탁구 게임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하루는 아들이 평소 사용하던 펜홀더용 탁구채를 셰이크핸드형으로 바꿨다. 웬일이지 하면서 게임을 했는데, 평소 점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점수 차로 지고 말았다. 그는 게임을 끝낸 후 아들과 얘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 셰이크핸드형 탁구채는 공의 접촉면이 넓은 반면 힘이 분산되는 약점이 있어 수비형 선수에게 적합한 것으로 통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힘이 좋은 유럽의 남자 선수들 중 공격형 선수들이 셰이크핸드형 탁구채를 사용해 스매싱의 파괴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80년대 후반 유럽의 신형 공격수들이 세계 최강 중국 선수들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 후로 셰이크핸드형 탁구채를 수비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이건희는 이 대목에서의 시사점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펜홀더용은 공격형, 셰이크핸드형은 수비형이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상대 전략의 허를 찌르는, 다시 말해 공격과 수비의 구별 없이 공격 위주로 게임을 펼치는 쪽이 승리할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들의 얘기를 듣고 개인 생활이나 기업의 경영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본받고자 하는 초일류 기업들의 성장과정을 보더라도 숱한 난관을 공격적으로 이겨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실패를 무릅쓰고 공격적으로 변신하는 기회선점 경영이 요구된다.”

☞ 모든 스포츠에서 수비는 기본에 해당되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공격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아무리 선방을 잘 하더라도 그 자체로 경기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승리는 공격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공격(攻擊)이란 ‘부딪침’을 의미한다. 이건희 회장도 이렇게 얘기 하지 않던가. “세간에서는 삼성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고 하지만 나는 임직원들에게 돌다리는커녕 나무다리라도 있으면 건너가라고 한다. 위험을 각오하고 선두에서 달려가야 기회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건희(1942~) 삼성전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