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오감이 예민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 아이템도 잘 포착할 수 있고 진입해야 할 시기도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다. 최근 필자의 레이다망에 걸린 것은 바로 ‘디워(D-War) 현상’이다. 평상시 매체의 흐름이나 동향에 대해 민감하게 예의주시하는데, 어느 날 매체에서 디워에 대해 매우 흡사한 내용으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현상이었는데, 그 내면과 주장하는 진위에 대해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디워 현상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판단은 논외로 삼고자 한다. 전문영역이 아닌 분야에 비전문가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동향을 파악하기로 했다. 최근 ‘현장이 답이다’라는 책도 출간됐듯이 비즈니스의 모든 해법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말 야간시간에 극장을 찾았다. 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노부부, 애인, 친구 등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장면에서 많은 이들이 심형래 감독과 그 성과물에 대한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최근 창조경영이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영화야말로 창의력을 충만하게 하는 매우 좋은 학습도구가 아닐 수 없다. 필자도 대학시절 영화에 심취해 한 때 영화평론가의 꿈을 가졌다. 타르코프스키의 ‘십계’,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 같은 아트무비를 즐겨 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젊은 시절 폼 나게 보이려는 행동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본성에 충실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무엇을 얻겠다는 생각도 버리게 되었다. 불교에서 깨달은 ‘나아감과 물러섬’의 덕택이다. 이제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즐긴다. 디워도 그렇고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즐기는 것만큼 높은 경지의 도(道)가 없다.




영화 ‘디워’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5공시대의 망령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의 주요 키워드는 ‘자유’였다.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마음대로 읽을 권리가 없었다. 많은 이들이 시위를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도 바로 ‘자유’였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과 상시적인 구조조정에서 ‘1인 기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자신의 꿈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자하는 자유의지의 발현이 아닌가 싶다. 디워를 보면서 대중들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바로 매체의 일방적인 주어짐에 대한 ‘자유의지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디워는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보아도 무방할 영화다. 기존의 많은 영화가 조폭 코메디 영화류에 편향되어 있다면, 디워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 이무기의 용 변신 장면은 필자의 소년시절 동네 영화관에서 보았던 그 꿈속의 용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엔딩장면에서 심 감독의 포부와 미래비전을 보았을 때 이런 시도가 꽤 괜찮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 아닐까. 건조하고 냉정한 비즈니스에 사람냄새 나는 것을 고객은 원하고 있다. 최근 지인들과 자주 거론하는 이슈가 글로벌이다. 디워가 우리 기술로 제작되고 세계영화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개봉된다고 하니 흐뭇한 일이다. 처음은 원래 낯설고 힘든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최근 25년간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25인’을 선정, 발표했다.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3위는 최근 아이폰 열풍의 주역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 4위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다. 이 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한 혁신가들 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길에는 늘 기존 기득권자들의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전설적인 마케터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리스트인 가이 가와사키는 그의 저서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Art of the start)’에서 기업가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기업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만이 기업가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단지 기업가의 한 부류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기업가란 어떤 특정 직업을 일컫는 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래를 변화시키려 꿈꾸는 마음의 자세‘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기존의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과 변화에 도전하는 행위다. 디워 현상을 바라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창백한 지식인도 많지만 그러나 늘 마지막 성공의 깃발은 혁신가의 몫이다. 인생을 가치 있게 산다는 것은 자신이 진정 추구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는 것이며, 그 것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행위다. 도전이 없으면 한 발자국의 전진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디워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디워를 보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엔딩장면의 감동을 전하는 그 자리에 서길 기원한다.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