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물러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미국에서 대단한 환대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총리 퇴임을 앞두고 워싱턴을 방문해 마지막 미,일 정상 회담을 하고있는 고이즈미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로 날으는 백악관으로 불리는 ‘에어포스 원’을 타는가 하면 본인 희망대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멤피스 저택을 방문하는 일정도 잡혔다.

29일 밤 발표된 양국 공동 성명 내용을 들여다 봐도 미국과 일본간 동맹 관계가 더욱 긴밀해 진 느낌이다.

양국은 공동 성명에서 21세기 미,일 동맹 관계를 ‘지구 규모’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현안에 대해 양국이 철저하게 공동 대처하겠다는 합의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종 기분좋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동 기자 회견 말미에는 예정에 없던 조크까지 던져 참석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질의 응답이 끝난 뒤 고이즈미 총리는 잠깐 할 말이 있다고 영어로 말한 뒤 의미있는 한마디를 했다.

그것도 영어 였다.

그가 한 말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제목인 ‘러브 미 텐더’였다.

총리 자리를 떠나도 자신은 부시대통령과 미국인의 영원한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이 이상 미국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는 물론 향후 세계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일본은 2001년에 발생한 9.11 미국 동시 테러 이후 미국의 패권시대가 끝날 것으로 판단,외교 전략을 수정하려고 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적국’에서 ‘우방’으로 바뀐 미국에 정치 군사적으로 의존해 왔다.

그러나 동시 테러 후 미국의 안전 보장 우산에서 벗어나 아시아 속의 일본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군사대국이면서 경제대국으로 커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또 한국 등 아시아 주변국과도 보다 친밀해 지려는 전략을 추구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아시아 대륙 속의 국가로 새롭게 출발하려는 전략을 짜는 듯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2년전 부터 다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문제,그리고 중국 러시아 한국 등과 영토 소유권 분쟁 등으로 아시아 국가와의 ‘구원’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일본측은 미국과의 보다 긴밀한 동맹 관계 외에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 방문에서 보여준 자세는 향후 일본의 외교 전략 기본 축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까지 간 자리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논란을 일으켜온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다시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차기 일본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일본의 외교 전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총리가 된다면 미,일 관계는 더욱 굳건해 지고 아시아 국가와의 긴장은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총리가 된다면 다시 아시아속의 일본 전략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아베 장관을 총리로 밀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일본 총리 선거는 일본내 ‘아시아파’와 ‘미국파’간의 대결 구도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은 이르지만 기자가 보는 차기 일본 총리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