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지방 경기를 둘러보기 위해 2년 만에 일본 서부지방의 상업 중심지 오사카를 찾았다.

오사카 시내 곳곳에는 대형 오피스 빌딩을 짓는 크레인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고 도심 외곽에도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었다.

저녁 시간에 찾아본 JR(일본국철) 오사카역 뒷편 유흥가는 퇴근길 샐러리맨들로 넘쳐났다.

주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여사원은 “지난해 망년회와 금년 신년회부터 고객들이 부쩍 많아져 일손이 달린다”고 말했다.

지역 PR업무를 맡고있는 간사이 국제홍보센터(KIPPO)의 아리마 히토시 부장은 “오사카 시내에서 대형 빌딩 신축 공사 모습이 보인 것은 아마도 1991년 시작된 버블 붕괴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면서 “자영 상인과 중소기업이 많은 오사카까지 경기 회복세가 나타난 것을 보면 일본경제가 좋아지긴 좋아진 모양”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올들어 수도 도쿄에선 경기 상승세가 선명해 졌다.

한국 상사원들중에는 집값이 올라 계약이 만료되면 집세를 올려줘야 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접대를 위한 골프장 부킹난은 십수년만에 생겨났다.아카사카나 긴자 등 유흥가는 예약을 안하면 저녁 시간에 자리잡기가 힘들어 졌다.

미쓰코시 이세탄 등 고급 백화점도 고객들로 붐빈다.

주요백화점 매출(동일 매장 기준)이 지난해 12월부터 버블 붕괴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소비시장 회복세가 뚜렷해지자 대형 고급 쇼핑시설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부자들이 많이 찾는 오모테산도에는 지난 11일 명품 쇼핑몰 ‘오모테산도 힐스’가 오픈했다.

작년 가을에는 단일 매장으로는 일본 최대 규모인 요도바시 아키하바라점이 선보였다.

일본경제가 장기 침체기에서 벗어나 15년만에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

도쿄와 대기업이 많은 나고야는 이미 ‘버블’우려가 나올 정도로 흥청거린다.

경기 회복세가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일본인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념쳐난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1990년대의 장기 침체를 거쳐 일본경제는 2002년1월 바닥기를 거쳐 48개월 동안 경기 확장기가 이어지고 있다.전후 세번째로 긴 경기 확장기를 맞은 셈이다.

이번 경기 회복기에는 버블 붕괴기의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버블 붕괴기에는 고용삭감-실업률 상승-소비 저하-총수요 감소-투자 감소 라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하지만 장기 침체기중 구조 조정이 실시되면서 고용이 줄고 임금이 깎이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제로 금리 정책,중국 및 미국 등 해외경제 호조 등에 힘입어 대기업들은 3년째 사상 최고 이익을 내고 있다.

하라시 야스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익성이 좋아진 대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용과 임금이 늘어나고 다시소비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됐다”고 풀이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작년 12월 유효 구인 비율은 13년 만에 1.0을 기록해 고용시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정규직 사원 수도 지난해 8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고용 환경이 개선되면서 가계의 소비 의욕을 나타내는 소비자 태도지수는 올 1월 49.5로 버블기인 1990년 6월(50.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버블기인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 거주해온 류츠대학의 최상철 교수(상학)는 “일본의 개인들은 1400조엔의 금융 자산을 갖고 있으나 버블 붕괴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소비를 줄여 불황이 길어졌다”고 지적한 뒤 “최근 고용 및 임금이 실제로 증가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경기 회복을 실감해 지갑을 열어 경기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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