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제 밥 한번 먹자!"

사진 = panache restaurant 홈페이지



요즘 들어 자주 듣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학사 위에 석사, 석사 위에 박사잖아.  근데, 박사 위에 누가 있는 줄 아니?”

“교수?”

“아니! <밥사> 야!”

“하하하. 진짜 맞는 말이다!”



며칠 전 방송국 회식이 있었습니다.  이번 회식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 김태진(방송인)씨가 <밥사>였습니다.  꽤 비싼 음식을 대접 받아서 저도 맛있는 밥을 대접하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태진 MC는 ‘밥을  먹자’는 말을 자주 합니다.   처음 그말을 들었을때는 ‘괜히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거야’하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말을 꼭 지켰고, 이제는 제법 여러 번의 밥을 함께 먹다보니 더할 나위없는 <절친>이 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밥 한 끼의 <인연>은 소중합니다.



우리가 흔히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때 반드시 나누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언제 밥 한 번 드시죠!”입니다.  비즈니스 접대 멘트에서부터 일상의 크고 작은 모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SNS 메시지에서도 “언제 밥 한 번 먹자!”라고 댓글을 올립니다.  이 정도로 자주 애용(?)하다 보니 “한국 사람은 밥 한 번 먹어야 절친한 관계가 된다.”라는 말이 나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웃픈  소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빈말> 1위가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자!”라고 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말을 들은 직장인의 92%가 빈말인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직장 동료들끼리 지키지 않을 약속을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자녀들이 부모님께 “언제 밥 한 번 먹으러 갈게요!”라고 습관처럼 빈말을 나눈다고 하니 웃기기보다는 슬프기까지 합니다.



미국의 뉴욕에는 음식을 나누며 중요한 비즈니스 인맥을 쌓는 특이한 식당이 있습니다.  보통, 식당이라고 하면 일행들끼리 음식을 먹으며 소통을 나누기 마련인데 이곳은 회원들과 초대받은 사람들만 이용이 가능한 <멤버십 식당>입니다.  연간 멤버십 비용만 3000달러(약 324만원)이고, 입회 심사에만 최소 3개월에서 1년인데도 지원자가 넘친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 건 별반 다를 것 없이 다 똑같은가 봅니다. 미국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인맥을 쌓기 위해 비싼 <밥>을 먹으니 말입니다.



‘밥이 약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의 건강에 기본이 되는 것이 밥이라는 말입니다.  인상 속담에는 ‘밥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었다’라는 말이 있는데, 복 있는 인상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두 가지 속담을 보면 밥은 우리 삶에 <기본>이고 <복>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빈말을 해서 실없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그 말에 책임을 지는 <참말>을 해야겠습니다.  밥은 내 인격의 기본이 되고 상대방에게 복을 나누는 소중한 마음 그 자체이니까요.

오늘 당신은 누구와 밥을 먹었습니까? ©201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