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퇴사하는 사람의 속 마음
“뇌나 심장과 같은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는 열흘 동안 잠이 오질 않습니다. 오늘 당장 이 직업 - 의사, 때려치우고 싶습니다.”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는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진짜 못해 먹을 직업이 판사입니다.”

훌륭한 의사선생님과 판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놀란 적이 있습니다. 자세히 듣고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샴쌍둥이의 뇌와 몸통을 분리하기 위해 사흘 동안 기도를 하고, 39시간 수술을 했다는 외신을 읽으며 놀란 적이 있습니다.

만인이 부러워하고 엘리트라고 인정받으며 사람들은 그 직업을 갖고 싶어 엄청난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그게 싫다니? 맞습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나 봅니다.

필자 역시 “이놈의 공장, 빨리 때려치워야지.” 하면서 3년동안 자동차 공장에서 일했고, “컴퓨터, C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라며 전산실을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10년 동안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했습니다. 코딩과 시스템 분석은 기본이었습니다.

날마다 밤을 새우며 일했는데 마침표(.)와 쉼표(,)를 구분하지 못한 프로그램이 오류를 내고, 영문자 'O'와 숫자 '0'을 헷갈린 컴퓨터를 발로 차고 싶었습니다.

실업 청년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농촌과 공장에는 일손이 부족합니다. 창원공단이나 여수화학단지 등으로 강의를 하러 가면 경영자나 현장관리자들의 하소연을 듣게 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기능직 사원을 뽑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몇 년도 참지 못하고 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면 그들의 미래가 더 걱정된다고 합니다.

SNS 시대, '쓸모 없는 정보와 가짜 뉴스(Fake News)' 등으로 인해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 하고 가벼운 우스갯소리가 인기를 끌다 보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멀리하는 풍조가 유행인 듯 합니다.

정작 자신들에게 필요한 수익이나 소득을 주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특별한 기술을 배울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날마다 같은 고민만 하고 비슷한 갈등을 하면서 세월만 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합니다. 지하철 계단을 걸어 내려 가면서도 책을 읽는 젊은이가 있고, 휴가를 나와서 서점을 찾는 군인도 보았습니다. 한쪽 팔을 잃은 후 보디빌더가 된 여성도 있고 취직이 어렵다고 하니 도배사가 된 대학생도 있습니다.

며칠 전 세미나에서 만난 어느 대학생은 4개국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60대 중반에 7개의 자격증을 딴 어른도 계십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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