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매투자 시 봉착하게 된 어려움을 꼽자면 첫째는 투자할 물건이 없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경쟁이 치열하고 낙찰가율이 높아 낙찰받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사실 경매투자자들은 지난해 투자물건 발굴하기에 유난히 어려움을 겪었다. 경매물건이 사상 최저라 할 만큼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진행된 전국 경매물건은 총 13만9100건으로 사상 최저수준에 도달했는데도 지난해에는 13만8500건으로 이보다 더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수도권은 5만2900건에서 4만6천건으로, 서울은 1만1천건에서 8700건으로 감소폭이 컸다. 평균 낙찰률이 30% 초반대이니 전국적으로 4만건대, 수도권에서는 약 1만4천건, 서울에서는 2600건 정도만 매각이 됐다는 얘기다. 서울로 보자면 한달에 2백건 정도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경매물건이 이 정도로 감소했으니 입찰경쟁이 치열하고 낙찰가율이 상승한 것은 당연지사. 비록 지난해 9.13대책 이후 경쟁률이나 낙찰가율 조정국면을 맞았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호황을 보였던 부동산시장 영향으로 경매물건 역시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률이나 낙찰가율이 치솟았다.

투자물건 발굴의 어려움 속에 그나마 나오는 우량물건은 투자자들이 몰린 탓에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입찰시점 시세가 감정평가액보다 훨씬 높아 감정평가액을 훨씬 웃도는 수준에서 낙찰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103.06%를 기록했으니 이쯤이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해가 바뀐 올해도 그러한 양상이 지속될까?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물론 경매시장에 불황이 드리울 수 있는 근거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주택시장 규제 및 공급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강화된 대출규제는 투기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서울이나 투기과열지구내 진입장벽을 새로이 만들었고, 3기 신도시 4곳 포함 수도권내 30만가구 주택공급 계획 발표는 기존 주택 거래절벽 현상을 만들면서 주택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

둘째, 실물경기는 침체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실물경기는 이미 수년 동안 3% 내외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되었고, 기준금리는 2016년 6월에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 11월 1.75%까지 지속적으로 인상돼왔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도 국내경제의 회복으로 인한 자발적 인상보다는 한・미간 금리역전(미국 금리는 지난해 12월에 2.25-2.5%로 인상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더 문제다.

셋째,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427조7천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으며, 개인사업자 및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할 때에는 2200조원대로 추정된다. 가계대출이 심각한 이유는 이전에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한 자금을 다른 부동산에 재투자하는데 이용됐으나, 최근 몇 년 동안은 부동산 재투자보다는 생계자금이나 창업자금, 즉 소모성 자금으로 활용되는 비율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계대출 잔액의 위험도가 전에 비해 훨씬 커졌다는 의미이다.

이 같이 불황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근거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부동산시장 규제로 인한 거래감소, 실물경기 침체 및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부담 증가는 고스란히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부동산 가격하락은 담보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경매물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경매물건 증가는 이미 2017년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든 지방부터 그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국 경매물건이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지만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2017년 8만5700건에서 지난해 9만2500건으로 7.9% 증가했다.

9.13대책 이후 수도권 부동산시장도 냉각기류가 형성됐고, 금리인상 추세에 실물경기 침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로 볼 때 수도권 역시 경매물건 증가세를 면치 못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금리인상은 경매물건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렇듯 경매시장에 드리울 불황의 그림자는 짙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경매물건이 증가하면 물건 선택의 폭이 넓어져 우량물건 집중 현상이 완화된다. 그만큼 입찰경쟁률이 낮아져 낙찰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가격경쟁력 확보는 덤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더 이상 감정가보다 시세가 높은 물건이 나오지 않게 됨에 따라 1회 또는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많아지면서 낙찰가율 역시 하락하게 된다.

좋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고, 더군다나 낙찰 성공률마저 높아진다면 이보다 더 이상 좋은 시장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경매의 장점이 십분 부각될 수 있는 시기, 즉 경매투자의 적기가 도래한다는 측면에서 2019년 경매시장이 자못 기대되는 이유이다. 시장이 불황이라고 마냥 움츠리고 있을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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