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 연구회의 카페지기를 4년째 맡고 있다. 카페지기라는 중책(?)을 맡다 보니 연구회의 이런 저런 소식과 이에 따른 사진들을 올리는 일이 잦은 편이다. 그런데 사진을 올리고 나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꼭 발생한다. 그것은 회원들이 자신의 얼굴 사진이 실린 것에 대한 불만성(?) 항의 전화다. 특히 말을 하는 모습이거나 행동을 묘사하는 사진일 경우는 여지없이 삭제를 요청한다. 재밌는 것은 자신이 보기에 얼굴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나온 것에는 항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실용 전기계기 완성자인 에드워드 웨스턴은 “카메라 렌즈는 사람의 눈 보다 더 잘 본다”라고 말했다. 즉, 인간의 의식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의 심부를 물리적으로 정확하게 반영해 낸다는 것이다. 사진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과 마찬가지다. 자신이 보지 못한 순간을 잡아 다시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매 순간 변하는 자신의 얼굴 표정을 아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순간 표정이 상대방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는지 알기는 더 더욱 어렵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언젠가 강의장에서 재미있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참석자 한 사람 앞에 모델 A, B, C 세 명을 세워 놓고 이중 어떤 사람의 코가 마음에 드는지를 질문했다.(참고로 질문을 받은 참석자는 코가 낮고 길이가 짧으며 코끝이 뭉툭한 편이었다.)



모델 A는 코가 아주 높고 시원스럽게 뻗은 모습이고, 모델 B는 콧대가 낮으며 가느다란 형태였으며, 모델 C는 콧대가 매우 낮고 짧아 콧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 참석자는 누구를 선택했을까? 그는 자신의 코와 정 반대되는 모델 A를 선택했다.



당신은 이 두 사례를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여기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사진이 잘 나왔거나 만족치 못하게 나왔더라도 틀림없는 내 얼굴이라는 사실이다. 사진 속 얼굴을 거부하는 것은 내면적으로 자신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또한 내 얼굴과 반대되는 얼굴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다. 이를테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과 닮고 싶은 것의 원초적 욕구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자신을 제대로 인정하고 사랑하자’는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취업을 앞둔 이들에게 “면접용 사진을 찍을 때는 기분이 좋을 때 찍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직후라든가, 성적이 올랐거나 칭찬 또는 상을 받았을 때 등이다. 즉, 중요한 사진은 자신의 기분이 업(UP)되었을 때 찍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자신의 감각과 사고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마음을 잘 챙겨야 한다. 제 아무리 감춰도 얼굴에는 마음지도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얼굴은 ‘얼이 담긴 꼴’이다. 여기서 얼이란, 정신과 내면 즉 마음 상태(心象, 심상)를 말한다. 아울러 당신의 내면에 자신감이 있다면 자신감으로, 열등감이 있다면 열등감으로 사진 속 얼굴에서 보이기 마련이다. 사진 속 얼굴은 표정이란 도구로 순간적인 위장이 가능할지 모르나 하지만, 드러나는 마음까지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취업시즌이 다가 왔다. 취업을 앞둔 이들이 명심할게 있다. 얼굴이 담긴 당신의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이지수2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