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중견기업에서 강의 요청이 와서 원고를 보내주었다. 원고를 받아본 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왔다. 우리 회사는 식품회사니까 원고에 들어가 있는 패션 사례를 빼고 식품 사례만 포함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자동차 회사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화장품 사례만을 가지고 두 시간 특강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가 왜 화장품 강의를 해달라고 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담당자가 이렇게 답변하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는 자동차 회사니까 자동차에 대해서는 우리 직원들이 강사님보다 훨씬 더 많이 아는데, 굳지 외부강사를 불러 자동차 사례를 들을 필요가 없고, 화장품 사례를 듣는 게 더 많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응용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글로벌 기업과 아닌 기업 간의 차이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식품의 발달사를 보면 주방가전 제품의 발달과 비례한다. 냉장고,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김치냉장고 등이 나오면서 거기에 맞는 식품산업도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가전회사 연구원과 식품회사 연구원이 머리를 맞대야 대박상품이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게 바로 융합이다.

협회 같은 단체에서도 화장품 포럼이라고 해서 화장품 사업하는 대표들만 모이거나, 식품 포럼이라고 해서 식품 사업하는 대표들만 모여서는 창조적 발상이나 기존 시장을 깨는 신규 아이템 발굴이 어렵고 상생협력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사업을 하는 이업종 간 대표들이 만나 융합이 이루어져야 획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즉, 분야가 다른 회사 각각의 강점이 융합되어야 대박이 될 수 있고, 자금, 조직, 정보 면에서 약한 중소기업이 신사업 구상이나 기술융합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복잡화되면서 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은 물론,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기업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다른 기업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기술력, 자금력에 중소기업의 유연성, 창의성을 접목하는 수평적 상생협력, 또는 한국강소기업협회처럼 플랫폼상에 참여하는 이업종 기업 간 협업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기업 간의 다양한 상생협력과 과감한 개방형 혁신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독일, 일본, 미국 등의 강소기업들은 개방형 혁신과 기업 간 협업으로 스스로 강한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기업은 없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금, 인프라, 판로 등 모든 면에서 취약하다. 따라서 자사가 가지고 있는 것을 기꺼이 오픈하고, 분야가 다른 업체와의 협업활동에 적극 참여해서 스스로의 경쟁력과 경영성과를 높여나가야만 한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93) 이업종 간 협업으로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