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백조가 되어 날아오른 소년!
<프롤로그>
성공한 사람의 뒤에는 항상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희생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성공이 자신의 노력과 재능으로만 이뤄진 것이라고 착각하고 교만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2000>에서는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사회의 모든 질시 속에서도 그 재능을 키워주려 온몸을 바쳐 희생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훗날 아들은 훌륭한 발레리노로 성장하여 아버지의 삶을 빛나게 한다. 영화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우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지원해준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는게 어떨까? 더 나아가 우리 스스로도 누군가의 후원자가 되어주는 것에 기꺼이 동참하길 바래본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기존의 <백조의 호수>와 전혀 다른 작품이다. 기존에 가냘픈 발레리나들이 맡았던 백조의 역할을 남성들이 맡았다. 여기서는 가냘프고 아름다운 백조가 아닌, 근육질의 투박하고 와일드한 백조가 나온다.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그대로 쓰고 있지만, 안무나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기존과 달리, 매튜 본의 작품은 애정 결핍증에 걸린 왕자의 고독과 소외, 성적 정체감의 혼란, 불분명한 자아 사이에서의 고뇌와 방황을 그려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백조가 되어 날아오른 소년!
<영화 줄거리 요약>
1984년 영국의 북부 탄광촌 더럼주에 사는 11살 소년 빌리는 몇 해 전 어머니를 잃은 뒤, 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형과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와 형은 광부이며, 광부의 민영화로 인한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파업에 동참하면서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아버지 재키 엘리어트(게리 루이스 분)는 빌리가 남자답게 성장하길 바라며 권투도장에 교습을 보낸다. 어느 날 발레강습소가 노조 사무실로 쓰이게 되면서 권투도장에 발레강습소가 들어오게 되고, 이에 흥미를 느낀 빌리는아버지 몰래 권투 대신 발레 강습을 받게 된다. 빌리의 재능을 알아챈 발레 선생 산드라 윌킨슨 부인(줄리 월터스 분)은 개별지도는 물론 그를 런던의 로열발레스쿨에 입학시키려 오디션을 준비하지만, 오디션 당일 노조 지도부인 빌리의 형 토니가 경찰에 체포되며 무산되게 된다.

발레 수업은 포기했지만 춤을 포기할 수 없었던 빌리는 크리스마스 밤 권투도장에서 친구 마이클에게 발레를 가르쳐주다가 아버지에게 들키고 만다. 하지만 그 순간 아버지 앞에서 신들린 듯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빌리의 재능을 알아채게 된다. 빌리를 런던의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버지는 파업까지 그만두고 비용을 마련하는 데 전념하게 된다. 드디어 아버지와 함께 로열발레스쿨의 오디션을 보러 간 빌리는 극도로 긴장하지만, 자신의 느낌을 아낌없이 표현하여,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합격통지서를 받게 된다.  파업 실패로  아버지와 형은 다시 열악한 탄광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무대 위의 스타로 도약한 빌리가 주연을 맡은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면서 자신들의 인생이 무의미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백조가 되어 날아오른 소년!
<관전 포인트>
A. 빌리가 발레에 소질이 있었던 이유는?
비록 아버지와 형이 생계를 위해 광부로 일하고는 있지만, 현실이 힘든 이들에게도 꿈과 이상, 그리고 예술이 유일한 위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형인 토니는 늘 빌리를 못살게 굴었지만, 음반을 모으고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과거 할머니의 꿈도 발레리나였었고, 유품인 아내의 피아노를 부숴서 땔감으로 쓴 아버지도 곧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들에게는 인간으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삶의 가치가 있었고, 바로 그것을 빌리가 일깨우고 완성시켜준 셈이다.

B. 반대하던 아버지가 빌리를 인정하게 된 이유는?
아들 빌리가 씩씩한 남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어려운 환경에도 권투도장에 보내지만, 몰래 발레에 관심을 보이는 아들에게 큰 실망을 하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밤, 권투도장에서 친구 마이클에게 발레를 가르쳐 주던 빌리가 자신의 꿈을 버리지 못 한 체 열정적으로 발레를 하는 모습을 보자, “발레는 남자답지 않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평소의 신념을 꺾고 싫어하던 발레 선생 집을 찾아가 빌리의 지도를 간곡하게 부탁하게 된다.

C. 발레 선생님과 빌리가 한마음이 되는 계기는?
발레 선생인 윌킨슨 부인은 한때 발레리나를 꿈꾸었지만, 지금은 냉담한 남편과 철없는 딸과 함께 살면서,  아이들의 코 묻은 돈으로 생계를 연명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빌리를 만나면서 그를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발레리나 꿈을 완성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교습 과정에서 윌킨슨 부인이 지나치게 일방적인 노력을 압박하자 빌리는 “선생님의 실패한 인생을 나한테 뒤집어씌우지 말아요!”라고 반발하게 된다.  하지만 빌리와 선생님의 공통점인 꿈을 위해서 환경과 싸우고 있다는 점이 있었기에 서로 화해하고 발레의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D. 꿈을 이루기 위해 싸우거나 희생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는?
@빌리가 뉴캐슬에서 오디션을 보러 가기로 한 날에 하필이면 형인 토니가 체포된다.
@아버지가 빌리의 재능을 알아채고 가슴이 벅차오를 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학비를 대기 위해 파업을 포기하는 일이었다.
@빌리가 합격통지서를 받은 기쁜 날에, 아버지는 정부의 강압으로 파업이 끝났다는 비보를 듣는다.
@빌리가 꿈을 펼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나는 날, 아버지와 형 토니는 석탄을 캐기 위해 지하갱도로 내려간다.

E. 오디션의 심사위원이 빌리에게 물었던 질문은?
불안한 마음에 자꾸 말을 거는 애를 폭행한 후 거의 실격할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심사위원이 “빌리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니? 라고 묻자 빌리는 “그냥 기분이 좋아요.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모든 것을 잊게 되고 사라져 버려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은 기분이에요. 전 그저, 날고 있는 새가 되죠. 마치 전기처럼요”라며 진정 발레를 즐기고 몰입하는 느낌을 전한다. 심사위원은 그의 순수한 감정과 재능을 인정하고 합격을 시키게 된다.

F. 아버지가 빌리의 발레 수업 지원을 위해 선택한 것들은 ?
@아버지는 파업에서 이탈하여 업무에 복귀하면서 “파업 파괴자”라는 비난과 계란 세례를 받으면서도 빌리의 발레를 지원하기 위해 일을 하게 된다. 빌리의 형 토니가 아버지의 작업장 복귀를 만류하자 “빌리에게 나와 같은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빌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절규한다. 이에 토니도 아버지의 진심을 알고 부둥켜안고 흐느끼게 된다.
@사랑했던 아내이자 빌리의 어머니가 남긴 반지, 목걸이 등 유품을 전당포에 맡기고 빌리의 런던 오디션 비용을 구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백조가 되어 날아오른 소년!
<에필로그>
영화<빌리 엘리어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싸우거나 희생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모든 성공 뒤에는 반드시 어려운 과정과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려는 듯하다. 성공한 사람의 결실과 성공한 국가의 문화유산도 결국은 그런 많은 희생 속에 꽃을 피운 것이다.  미드의 원조 <페이톤 플레이스(Peyton Place)>에서는 ‘페이톤 플레이스’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무고한 소녀 셀레나를 살인범으로 몰아가던 검사는 결정적인 증언으로 셀레나가 무죄 판결이 되자, 비난하던 신문사 편집장에게 “오늘의 신문은 내일 쓰레기통에 뒹군다(오늘의 수치심은 내일이면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진다)”라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현대에도 철면피처럼 양심을 저버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소중한 누군가의 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과 코로나 사태에서 의료인들이 보여준 소중한 생명을 위한 희생은 절대 잊히지 않고 영원히 기억돼야 할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