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무서운 총, 균, 쇠가 온다!
<프롤로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책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1999:모든 이들의 최근 1만 3천 년간의 짧은 역사>에서 “사악한 병원균과 강력한 무기의 도움으로 지난 500여 년간 유럽인들은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하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도 1543년 유럽의 포르투갈인에 의해 전파된 조총을 활성화하여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I’m legend), 2007>에서도 슈퍼바이러스로 인한 인류의 멸망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인을 편리하고 즐겁게 해준다는 <총, 균, 쇠>같은 문명의 이기들이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들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올 수도 있다. 일상화된 무자비한 총기 테러 사건,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과도한 약품과 일회용품들, 외적인 미용에 치중하는 성형수술의 부작용 등 문명의 무절제한 남용을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인류의 위기 시, 어둠 속 한 줄기 빛(Light after darkness)처럼 자신을  불태워 전설이 된 많은 존재들을 생각해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무서운 총, 균, 쇠가 온다!
<영화 줄거리 요약>
뉴욕의 크리핀 박사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 암 백신을 발명한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백신에서 나온 치명적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자 90%의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 대부분 사람은 사망하고 9%의 생존자들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는, 빛에 취약한 변종 인류(좀비)가 되고 만다. 그 가운데 1% 수준의 자연 면역력이 있던 육군 과학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 분)’중령은 헤어질 때 딸이 준 애견 샘과 살아남았다. 그는 외로움과 고독함 속에서 좀비가 없는 낮에는 뉴욕 거리에서 생존자를 찾는 방송을 하고, 식량 확보를 위해 야생화된 초식동물인 사슴(바이러스에 대한 공기 면역이 있어 접촉을 피한 건강한 동물들)을 사냥하기도 한다.

그러나 빛이 사라진 밤에는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좀비들과의 전쟁을 벌이며 동시에 사로잡은 좀비를 대상으로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을 개발한다. 그러나 지능이 있던 좀비는 자신의 애인을 데려간 네빌에게 복수하려고 덫을 놓게 되고 그 덫에 걸린 네빌을 구하려던 애견 샘이 대신 희생된다. 유일한 친구 샘의 죽음으로 자포자기에 빠진 네빌은 자동차로 좀비족에게 돌진하나 때마침 라디오 방송을 듣고 나타난 여인 안나와  소년 이든에 의해 구조된다.

하지만 구조될 때 자신의 은신처를 알아낸 좀비들이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네빌은 면역이 있는 자신의 혈청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완성된 치료제를 안나에게 주면서 살아남은 자들이 있는 버몬트의 마지막 정착촌(벧엘:하나님의 집)에 전달을 당부한다. 네빌 본인은 지하 연구실까지 추적해온 좀비들에게 수류탄을 터뜨려 좀비들과 같이 사망하면서 인류를 살리게 되는 하나의 전설로 남는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무서운 총, 균, 쇠가 온다!
< 관전 포인트>
A. 영화에서 주인공 네빌의 고독감을 보여주는 장면은?
인류가 멸망한 후 홀로 남은 네빌은 3년간 혼자가 되었음에도 낮에는 옷을 갈아입고, 면도하고, 먹을 것을 구하고, 청소하고, 연구하며 마치 현대인과 별다른 바 없는 생활을 지속한다. 심지어 DVD 가게에서 영화를 고른 뒤 마네킹에게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화도 하고, 부둣가에 이륙하지 못한 전투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항공모함에 올라가서 골프 샷을 날리기도 한다. 심지어 센트럴 파크에 배회하는 사슴 등 야생동물들 사이로 머스탱 자동차로 사냥을 하지만 혼자라는 고독감은 생을 포기하게 할 만큼 그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그는 어딘가에 생존자가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믿음을 통해 생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중이며, 자신의 면역력이 있는 혈청을 이용하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건강한 몸을 위한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B. 황량한 뉴욕시의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영화 촬영 시 뉴욕시의 협조로 맨해튼 5번가 전체를 텅 비워주는 협조를 얻어냈고, 폐허가 된 뉴욕의 황량한 풍광에서 미래 멸망한 인류의 위기를 그려낼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뉴욕의 길거리에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는 <슈퍼맨 vs 배트맨>인데 이 작품은 실제 10년 후인 2016년에 워너 브러더스사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s Superman: Dawn of Justice>이라는 영화로 개봉되기도 하였다.

C. 한 여자와 아이가 찾아온 배경은?
네빌은 매일 같이 두 동강 난 브루클린 다리 옆에서 “You are not alone(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사우스 스트리트 항구로 와주세요)”이라고 AM 라디오 방송을 송신하여 자신 이외의 또 다른 생존자를 찾고 있었다. 애견 샘을 잃고 깊은 상실감으로 좀비들에게 무작정 돌진하던 네빌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는데 그 순간 메릴랜드에서 방송을 듣고 찾아온 안나가 구해주게 된다. 찾아온 생존자들이 반가워 네빌은 만화영화 <슈렉>의 모든 대사를 흉내 내는 등 인간과의 재회에 대한 행복감을 느낀다.

D. 변종 인간(좀비)들이 네빌을 공격한 이유는?
네빌이 자신의 피로 바이러스 면역 백신을 만들기 위해 변종 인간을 잡아서 실험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과 생존자 안나와 아이는 좀비의 공격을 받게 된다. 네빌은 자신이 발견한 치료제를 안나에게 넘기고 자신은 수류탄을 터뜨려 좀비들과 같이 산화하게 된다. 다음날 북동부의 버몬트 정착촌으로 찾아간 안나는 치료제와 함께 다음의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게 된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우리 문명을 불태웠다. 인류는 멸종 위기까지 몰렸었다, 로버트 네빌 박사는 인류의 구원과 치료제를 찾는데 사활을 다했고 드디어 치료제를 발견했다. 그는 치료제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고 그가 남긴 것이 우리이고 이것은 그의 전설이다. 어둠 속의 불빛!”

E. 지능이 있던 좀비가 네빌을 유인한 방법은?
지능이 있던 좀비의 우두머리는 평소 네빌이 DVD 대여점의 마네킹과 친하다는 것을 알고 그 마네킹을 밤사이 네빌이 잘 다니는 곳에 옮겨다 놓고 덫을 설치하여 자신의 애인을 납치해간 네빌에게 복수하려 한다. 결국 네빌은 자신이 좀비를 사로잡은 같은 방식으로 덫에 걸리게 되나, 애견 샘이 필사적으로 좀비 개들을 제지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좀비 개에 물린 샘을 눈물을 머금고  안락사시키고 만다.

F. 네빌이 평소 좋아했던 가수 <밥 말리>는 어떤 사람이었나?
네빌이 좋아하여 자신의 딸 이름까지 말리라고 붙였다. 레게 음악의 전설 ‘밥 말리(Bob Marley)’는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자유, 평화, 사랑의 노래를 불러 흑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공연을 앞두고 괴한이 암살을 예고했지만, 말리는 “세상의 악은 잠시도 쉬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쉴 수 있겠냐”면서 공연을 강행하기도 했다. 네빌은 그를 어둠 속 한 줄기 빛(Light after darkness)이라며 전설이라고 불렀고, 훗날 네빌도 그런 존재로 전설이 되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무서운 총, 균, 쇠가 온다!
<에필로그>
전 인류가 멸망한 세상 속에서 홀로 남은 한 인간이 나라면? 이라는 가정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텅 빈 도시 속에 홀로 남겨진 인간이 느끼게 되는 공포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러한 일상이 주는 고독함까지 버티어 나가야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엄청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현재의 다소 불편하고 권태로운 삶 속에서, 슈바이처 박사가 얘기한 “살려고 하는 인간들 속에 살려고 하는 나(생명에 관해 생각할 때, 어떤 생명체도 나와 똑같이 살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 다른 모든 생명도 나의 생명과 같으며, 신비한 가치를 가졌고, 따라서 존중하는 생명 외경의 의무를 느낀다)”란 존재의 의미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비록 현실 세계에서 이해와 견해차로 쉽지 않은 소통에 갈등할 때도 있지만, <총, 균, 쇠>의  남용으로 만들어진 어둠의 추종자(Dark Seeker:좀비)가 아닌 인간들과 부대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며 소중한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