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천금같은 주말, ‘청첩장’이 날아들면… 그야말로 ‘오호통재’다.
요 몇주간 예식장 순례하느라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했었다.

반갑게도 이번 주말은 온전하게 비어 있다.
‘이번 주말은 손 없는 날이 아닌가 보네’

때마침, 드르륵~~ 폰 진동이 울린다. 산우 C다.

“내일 고동산, 화야산으로 튈까?”

명쾌하게 즉답했다. “오케이!”

토요일 이른아침, 약속장소인 잠실역 2번출구 앞으로 나갔다.
산들머리까지 교통편이 애매하다며 산우 C가 승용차를 몰고 나왔다.
가끔 함께 하는 산우 K와 P도 이미 동승해 있다. 합이 ‘넷’이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차는 팔당댐을 지나 양수대교 건너 청평 방면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북한강을 거슬러 내달린다.
수면 위에 부서져내린 아침햇살은 보석처럼 눈부시고,
코발트빛 청명한 가을하늘은 높고 맑기 그지없다.
그 언젠가 로렐라이언덕을 가기 위해 쾰른을 벗어나
아름다운 라인강변 길을 달린 적이 있다.
그때 그 느낌 그대로, 이곳 아름다움도 못지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평 고동산과 화야산을 찾을 경우,
청평역 2번 출구로 나와 버스를 타고 청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삼회리 가는 버스를 타고 사기막골 입구(삼회2리)에 내리면 된다.

그러나 버스가 드문드문 다녀 접근성이 그리 좋은 편은 못된다.
환상의 북한강변 드라이브코스도 즐길 겸, 승용차를 이용해
원점회귀산행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서종IC를 지나 5km 정도 더 달려 왼편 ‘고동산 쉼터’ 뒤
삼회2리 마을회관 마당에 차를 세웠다.

건너편 도로가에 세워진 등산안내도 앞에 서서 등로를 살폈다.
안내도에 표시된대로 먼저 고동산을 오르고, 다시 능선을 따라
화야산을 올랐다가 사기막골로 내려와 원점회귀키로 했다.

‘넷’은 사기막골 방향으로 이어진 농로로 들어섰다.
산들머리 찾기가 단순하리라 여겼는데 웬걸! 그게 아니었다.
두갈래로 갈라진 마을길에 고동산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없다.
‘넷’은 感만 믿고 오른쪽 길로 진행했다.
산아래로 이어진 콘크리트길이 다시 두갈래로 갈라졌다.
때마침 길을 지나던 농부에게 고동산 가는 길을 물었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농부: “그리로 가면 돼요~”

넷: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가야 하나요?”

농부: “아~ 이게 다 고동산이구만~그러네. 참!”

농부의 말씀, 틀린 건 아닌데… 그래도 그렇지, 퉁명스럽기 짝이 없다.
아마도 이미 엉뚱한 길로 들어선 듯 싶다. 이정표가 아예 없다.
그 흔한 산행표식 리본도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번 ‘넷’은 感을 믿기로 하고 이번엔 왼쪽 길을 택했다.
막다른 길이다. 다시 되돌아 내려와 오른쪽으로 틀었다.
사람이 오간 흔적은 희미하게 있기에 무성한 수풀을 헤쳐 나아갔다.
앞서 길을 뚫던 P가 되돌아 내려온다. 길이 아니란다.
이번엔 C가 앞장서 가시덤불을 헤치며 우측 능선쪽으로 향했다.
얼마 후, C가 소리쳤다.

“이쪽으로들 오시게! 희미하나 길이 분명해 보이네”

이렇게 한참동안 산언저리를 맴돈 끝에 비로소 분명한 능선길을 찾았다.
길 찾느라 초입서부터 진을 뺀 탓인지 가파른 오름길이 벅차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사면을 치고 올라 능선에 서니 발아래가 그림이다.
솔가지 사이로 유장한 북한강과 고만고만한 산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들머리 찾기도 고약한데다 접근성 마저 떨어져서일까?
주말 산인데도 지금껏 ‘넷’ 말곤 단 한사람도 못 만났다.
산 전체를 오롯이 전세 낸 기분이다.
호젓한 산행을 원한다면 요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고동산 정상(600M)은 한 평 남짓, 좁은 바위 무더기로 이뤄져 있다.
정상에는 ‘고동산’이라 음각된 오석이 세워져 있고,
바로 옆엔 ‘고동산정상’이라 쓰여진 각목이 박혀 있다.
또다른 멀쩡한 정상석 하나는 바로 아래 벼랑에 쳐박혀 있다.
오석은 ‘양평군’, 각목은 ‘가평군’, 쳐박힌 정상석은 ‘가평군’으로 표기돼 있다.
지자체 간 ‘고동산’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나~? 모를 일이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경춘고속도로와 양주 CC를 배경으로
돌아가며 인증샷을 박고서 바위벼랑 아래에 자리를 폈다.
산아래 ‘고동산쉼터’ 슈퍼에서 넉넉히 준비해 온 ‘연료’로
방전된 몸뚱어리를 적당하게 충전했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지도에 표시된 등고선으로 짐작컨데, 고동산에서 화야산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능선길이다.
고동산을 벗어나 방치된 듯 어설픈 헬리포트를 지나, 등로를 가로막고
엎어진 거송을 딛고 넘어, 바닥에 누운 채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믿어가며,
화야산을 향해 북동 능선을 걷는 내내, 조망은 무성한 숲에 가려 꽝이다.

화야산 정상 600m 못미처에서 처음으로 사람 ‘둘’을 만났다.
그들(부부)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라 했다.
부침개와 오이를 맛보라며 ‘넷’에게 넉넉히 건네 준다.
짐짓 사양했다. 직접 집에서 부쳐 왔다며 강권하는 성의에
염치불구, 넙죽 받아 먹었다.

우리의 C, 설레발 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이고~ 사모님, 부침개 솜씨가 끝내줍니다.
선생님께선 맨날 이리 맛난 거 드시니 행복하시겠습니다!
하산해 쉼터에서 혹 뵙게 되면 대포한잔 올리겠습니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화야산(禾也山,754.9m) 정상에 다다랐다.
북으로 축령산, 남으로 용문산과 백운봉 등 낯익은 산봉이 눈에 든다.
그러나 봉우리 주변으로 숲이 우거져 조망을 방해해 아쉽다.
찾는 산객이 뜸해서일까, 정상은 관리부재로 방치된 흔적이 역력하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걸레처럼 헤진 풍향표식깃발이 흉물스레 나부끼고,
바닥엔 용처를 알수없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나뒹굴고,
방향을 잃은 이정표는 풀숲에 드러누워 버렸다.

대개 道, 市, 郡을 경계짓는 산봉우리일수록 이런 모습인데
이곳 역시 예외가 아닌듯 싶다.

화야산은 경기도 가평군과 양평군에 걸쳐져 있다.
화야산을 가운데 두고 서쪽능선 위에 고동산이, 북쪽 끝에 뾰루봉(709m)이 있다.

고동산-화야산-뾰루봉을 이어 종주하는 게 일반적이나 함께한 산우 C와 P가
지난주에 뾰루봉을 다녀온 터라, 추후 숙제로 남겨두고
이곳에서 곧장 고동산 쉼터(4.8km) 쪽으로 내려선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정상에서 내려서자, 군데군데 로프가 설치된 급비탈이 이어진다.
로프구간이 끝나자, 다시 너덜길이 바톤을 잇는다.
험로를 벗어나자, 호젓한 숲길이 펼쳐진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발 아래 깔린 솔가리는 융단 위를 걷는 느낌이다.
계류를 덮은 솔가리는 물길을 막을만큼 가득하다.
짙은 단풍이 아니어도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한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화야산 정상에서 2.0km를 내려선 곳, 고동산 갈림길이다.
아직도 주차장까진 2.8km를 더 걸어야 한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통나무를 엮어 걸쳐놓은 간이 다리를 건너자, 계곡을 따라 철조망이
길게 이어져 있다. 산아래 마을 주민들의 식수 보호를 위해
산객들의 계곡 출입을 차단키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란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처음부터 비싼 돈들여 가며 울타리를 치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오가는 산객들이 ‘주민 식수’는 아랑곳 않고 계곡을 드나들었을게다.
결국 우리들 스스로 산짐승과 동급임을 자초한게 아닌가 싶다.
계곡 자연미를 앗아 갔다고 투덜거리기에 앞서 반성할 일이다.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산행코스: 고동산쉼터-우측능선-고동산-화야산-사기막골-고동산 갈림길-고동산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