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 삼악산, 가을 스케치
강촌 삼악산에 든다.
나무는 잎을 떨궈 제 몸집을 줄여가며 겨울 채비를 서두른다.
손끝이 시릴 만큼 날씨가 제법 차다.
박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벼랑 위 하얀집, 삼악산장이다.
언제부턴가 찻집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오늘은 인기척이 없다.
내려다 보이는 의암호의 물빛은 곱고 물결은 잔잔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고…
상원사의 불경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오디오를 통해 듣는 불경소리라 은은함은 덜하지만 목탁음과 함께 불경 특유의 리듬은 언제나 평온함을 안겨 준다.

가을햇살 가득한 조그만 산사, 상원사에서 잠시 걸음 멈춘다.
재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절 뒤 오름길은 깔딱고개다.
깔딱고개를 지나면 능선에 이를 때까지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진다.
깔딱고개에 올라선 산객들, 땀을 훔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산객들의 복장이 산색과 잘 매칭된다는 느낌이다.
무채색 일색이던 과거 산행 복장과는 천양지차다.
발아래 의암호엔 초대형 붕어?가 납짝 드러누워 있다.
이름하여 붕어섬이다.
섬의 생김새가 붕어와 닮은 꼴이라 붕어섬이라지만 강태공들은 깔 좋은 붕어가 잘 낚이는 곳이라 하여 붕어섬이란다.
발길에 닳아 반질반질 반드러운 암릉길을 따라 오른다.
쇠밧줄을 거머잡고, 바위면을 움켜쥐며 용을 쓰다 보니 동봉이다.
의암호 강바람이 슬며시 목덜미를 휘감으며 땀을 식혀 준다.
동봉에 올라서니 남해안 어디인가 싶을 정도로 조망이 압권이다.
춘천을 왜 ‘호반의 도시’라 하는지 알 것 같다.
삼악산은 나지막하나 여느 명산 못지않은 태(態)를 가지고 있다.
호반을 조망하는 천혜 절경지에, 빼어난 바위협곡을 품고 있다.
전철이 강촌역을 지나기 때문에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흥국사 앞뜰엔 가을햇살이 따사롭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걸까, 겨울이 바짝 다가 선 것일까.
사계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렇다고 굳이 어디서부터라고 금 그을 필요는 없다.
내게 가을이, 누군가에겐 겨울일 수도 있다.
가을은 곳간 넉넉한 풍요로움이기도 하지만 옆구리가 시려오는 스산함 또한 가을의 본질이다.
강촌역에 내려, 의암댐 인근 삼악산 들머리까지 택시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강촌역사를 빠져나오니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다가서더니 “산 들머리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명함을 건네왔다. 강촌역 인근 ‘춘천닭갈비’ 주인장이다.
손님 기다리던 택시기사들에겐 대단히 미안했지만 일행 넷은 대기 중인 음식점 차량에 낯 선 이들과 동승했다.
들머리에 내리자, 하산하여 전화주면 다시 모시러 오겠단다.
등선폭포로 내려와 전화했더니 잽싸게 달려왔다.
기왕 식당을 이용할거라면 편리하긴 한데,
음식점주와 택시기사들 간 마찰은 없을까, 궁금했다.
궁금해요? ~~ 궁금하면 5백원~
의암호-삼악산장-상원사-동봉-삼악산 용화봉-~흥국사-등선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