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일관(初志一貫), 흔들리지 않는 주관(主觀)은 옛말이다. 세상이 그런 사람들에게 만세 삼창을 불러주지 않는다. 자고로 한결같음은 변화가 없어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한다. 그러니까 말을 자꾸 바꿔야 한다. 번복을 거듭하고 변화를 추구해서 세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른바 ‘번복(飜覆)의 기술’이다.

정치인들은 이런 기술에 정통한 달인들이다. 철학을 논하고 개념을 따지는 것 조자 자칫하면 개 풀뜯어먹는 소리로 치부 받는다. 민심(民心)과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을 이랬다 저랬다 번복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빗장을 치고 대못질을 한 것까지 후벼파야 관심은 증폭된다.

글로벌 무한 자유경쟁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부르짖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찬미자들도 정권이 바뀌니 뭔가(?)를 의식하여 말이 바꾸는 반대파로 돌아서고 있다. 대양의 국가안보를 위해 의지를 통합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쌍수를 들어 환호하던 나으리 들은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등 머리띠를 동여매고 사활을 건 반박논리를 펼치고 있다.

왜이러는 걸까? 일단 이들에게 정치 철학이니 이따위는 묻지말자.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그들은 미래의 국가보다 당장의 표밭이 더 큰 주제이기 때문이다. 번복을 해야 웬지 일도 하는 것 같고 현 정부의 대항마가 되는 듯한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관련 이해단체들의 환심을 사게 되니 해 볼만한 장사가 아니겠는가?그러다가 상황이 불리해 지면 또 번복하면 되니 정말 밑천도 안 드는 장사다.

그래, 번복의 달인들이니 모든 현안을 일단 꽈배기처럼 틀고 시작하는 거다. 이참에 사람도 그렇게 써보는 거다. 임명했다가 해임하고 그렇게, 관심만 갖는 다면 물불을 가릴게 뭐가 있겠는가? 가정도 파괴했다가 다시 붙여보고 자살도 기도했다가 포기해보면 더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한번 배신한 놈은 계속 배신을 한다. 번복은 또 다시 번복을 낳는다. 번복으로 인기좀 따려면 건전한 번복을 해보도록 하자. 해외로 외유 나가려는 것을 번복하고 무리한 투자 결심을 번복하고 자신들의 급여를 올리겠다는 결정을 번복하면 국민들은 환호할 것이다.



전대에 다 결정해 놓고 이제와서 말을 바꾸기 전에 자신의 그런 발상부터, 자기자신부터 바꾸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