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언제나 미국의 ‘잘난체 법칙’이 숨어있다.
첫째, 멸망해 가는 지구를 지키는 일에는 꼭 미국이 앞장서고 있다는 것,
둘째, 폼생폼사 떨거지 주인공 한명이 영웅이 되어 커다란 위기에 맞선다는 것, 셋째, 절대절명의 어렵던 문제는 결국 미국의 주축하에 해결이 된다는 패권주의 이론이 영화 곳곳에 베어 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웅장한 스케일에 깔려있는 이런 복선 때문에 영화관람 내내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번 영화 ‘2012’는 그 잘난체가 한층 절정에 달했다. 우선 모든 정보는 미국만이 가지고 쥐락펴락한다. 오직 미국 대통령만이 세계를 대표하여 일장훈시를 하고 혼자서 온갖 선심이라는 것은 다 쓰고 있다. 또한 역시나 소수의 주인공 몇 명이 북치고 장구치며 지구를 구하느라 이리뛰고 저리뛴다. 스토리 전개만을 보고 있노라면 좀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잘난체의 수위가 높다.

그러나 아는가? 이런 잘난체도 결국 전략이라는 것을……..
수천억원을 쏟아 부어 만든 영화이니 ‘잘난체 버전’은 당연히 의도된 설정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지금의 현실에서 앞으로도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에 의심을 사게 되더라도, 적어도 영화에서 만큼은 유치찬란하게 자신들의 자존심을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런 행동을 그저 ‘잘났어 정말!’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이런 잘난척을 좀 해 보았으면 한다. 영화가 볼거리마저 없으면서 잘난체를 일삼는 다면 그야말로 졸작에 그칠 수 있지만 마냥 잘난체를 용서해 줄만한 화면이 있으면 그 잘난체는 전략적 차원에서 큰 홍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강한 우리나라도 어느 분야에서는 잘난체를 귀엽게 봐 줄수 있는 일등역량이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일등 기술, 일등 제품, 일등 인재는 뻔한 미국의 영화속 잘난체 마인드 처럼 전략적으로 포장할 필요가 있다. 잘난체는 자화자찬, 자기도취가 아닌 정당한 자기 PR이다. 잘난체를 부정적, 비건전성으로 폄하하여 방어적으로 임하지 말고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공격적으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
즉, 잘난척을 해서라도 나를 알려야 좋은 결과가 기다리는 법이다.

똑같이 컴퓨터의 달인 두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한사람은 내성적으로 묵묵히 컴퓨터 실력발휘를 하고 있고 한사람은 외향적 성향으로 자신이 실력있다고 잘난체 하며 다니고 있다. 결국 더 많은 일감은 잘난체 맨이 차지하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다. 나 혼자만 실력있으면 뭐하나, 남들이 실력을 몰라주고 있는데 어쩔 것인가? 실력 있고 잘난체 안하는 인간보다 실력있고 잘난체 하는 인간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으로 잘난체를 하자. 입사 면접에가서도 자신을 잘 포장하여 한껏 과시하고 전문 발표에도 나 잘난 모습을 전략적으로 프리젠테이션 하도록 하자. 맘에드는 사람에게는 그가 좋아하는 분야의 잘난체로 점수를 따보자.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잘난체 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냉소적인 시선만을 주지 못할 것이다.

대신 전략적 잘난체에는 조건이 있다. 잘난체를 입증하고 인정할 만한 뭔가를 백업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면접에서는 잘난체를 뒷받침할 만한 대단한 나의 스펙이, 프리젠테이션에서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그 분야의 전문지식이, 미팅에서는 그 잘난척에 신뢰를 가질만한 호감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잘난체는 한낱 허풍으로 생명을 다하게 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미국의 잘난체에 우리는 식상해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영화관을 메우고 있다.
미국이 대작영화를 백그라운드 하여 여전히 질펀한 잘난체로 자신들을 홍보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전략적PR측면에서 잘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