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온라인 쇼핑몰 담당자가 200만원 넘는 노트북 판매가격을 실수로 끝자리 숫자‘0’

을 빼놓고 인터넷상에 올린 적이 있었다. 곧바로 담당자가 실수를 발견하고 가격을 수정하여 올렸을 때는 이미 39명의 고객이 20여만원짜리 노트북 판매에 대한 구매클릭을 마친 상태였다.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다.

담당자는 구매한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 하고 정중하게 구매취소를 호소하였다. 그러나 담당자의 애절한(?)부탁에도 대부분의 고객이 어떻게 대응했을까? “예. 그럴 수도 있죠. 저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는 고객은 아무도 없었다. 거의 모든 고객이 “그 가격에 판매한다고 올렸으니 책임을 지세요” 라는 강짜부리기식 이었다. 아무리 사정해도 소용이 없어 뒤늦게 회사측에서는 다른 사은품을 보내 고객을 달랬던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고객은 왕이다” “고객에게 무조건 충성하라”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하라”는 고객만족을 부르짖지만 이제 이러한 생각들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요즘 고객은 얄미운 깍쟁이와 같은 여우다. 자기 실속 챙길것 다 챙기는 것이 현실의 고객이다.


손쉽게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니 이미 인터넷상에서 가격비교를 통해 가장 싼 가격을 알아낸 후 오프라인 매장에 와서 제품을 그 최저가격대로 해달라고 흥정하고 공짜 티켓이나 할인 쿠폰 이벤트 상품 등은 절대 놓치지 않고 챙겨간다. 그뿐인가? 틈새를 노려 이를 악이용하기도 하고 ‘고객만족’을 명분으로 회사와의 의사소통 채널을 통해 목소리까지 크게 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그릇세트를 사서 집들이에 딱 한번 쓰고 나서 반품하고 명품보석을 구입한 후 동창회에 나가 자랑한번 하고 반품하는 고객, 제품에 이물질이 나온 사건이 보도되면 일부러 이물질을 넣고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 조금이라도 불친절을 경험했다고 하면 회사 게시판에 거침없이 의견을 토해내는 고객, 받을 거 다 받고 도움주지 않는 고객…… 모두 다 분명 여우고객이다.


요즘은 진상고객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엉뚱하고 황당하기까지 하여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짜증 고객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고객들에게 까지 충성심을 발휘하라는 것은 무모한 고객만족 실천이다.

꾀많은 여우고객에게 홀리고 당하다 보면 실속 없는 비즈니스가 되고 짜증나는 진상고객 하나하나 상대하다가는 등골이 휘고 지쳐서 쓰러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고객만족을 소홀히 하라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고객의 특성을 알고 보다 유연한 고객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고객을 너무 배려하지 마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나친 배려는 자칫 ‘퍼주기식’서비스가 되어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카페에서는 고객들을 위한다고 테이블마다 인터넷 검색이 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카페에 앉아 하루종일 컴퓨터를 하는 여우고객 때문에 문을 닫아야 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여우고객에게 당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방법은 우선 여우가 아닌 우리에게 우호적이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더 잘해 주는 것이다. 정말 하등의 도움도 안되는 심한 여우고객들에게 까지 왕처럼, 또는 신처럼 모시는 정열을 쏟지 말자.
여우고객 한명에게 쏟는 에너지는 단골고객, 우수고객 열명에게 쏟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고객만족은 필요하고 고객을 위한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고객은 상대적이며 우리가 순수하게 생각하는 그런 고객이 아닐 수도 있다. 고객만족도 변화된 시대환경과 여건에 따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