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좀처럼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10년 이상 2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기본 문제는 무엇일까. 한국경제는 과연 일본경제를 추월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측면에서 현대자동차의 최근 약진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은 것처럼 현대·기아차가 세계 1위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이기느냐에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는 하나의 자동차 메이커간 경쟁뿐 아니라 양국 경제 체제의 대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기술력은 물론 마케팅 능력, 노사문제, 리더십 등 다양한 경쟁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최근 분석한 도요타자동차의 현황과 미래를 통해 현대차의 도요타 추월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차례>

1.요약
2.도요타자동차 리콜사태 전말
3.도요타자동차, 어떤 회사이길래
4.리콜사태 1년 만에 위기 탈출한 도요타
5.세계 자동차 업계, 정상 복귀 가능성
-한국 현대차에 대한 시사점은

1.요약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을 대표하는 종합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대중적인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메이커는 세계적으로 5,6사에 불과할 정도다.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려면 3만개 이상의 부품을 생산, 조립하는 첨단 제조 능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마케팅을 하려면 기술력은 물론 종합적인 국가 브랜드 경쟁력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국가들은 모두 선진국들이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업계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08년 자동차 왕국인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메이커인 미국 포드자동차(1903)보다 30년 늦은 1933년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도요타가 정상을 차지하면서 욱일승천하는 일본경제의 대표 주자가 됐다.
기술력과 품질을 최우선하는 일본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는 일본의 경제 성장과 함께 궤를 같이 해온 일본식 경영의 우등생이다. 끊임없는 품질 개선을 지향하는 ‘가이젠’(改善)과 ‘마른 수건도 다시 쥐어짠다’로 유명한 코스트 절감 방식은 세계 제조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뿐이었다. 도요타자동차는 급격한 세계화로 덩치가 커지면서 국내에 이어 2010년 초 미국시장에서 브레이크 오작동과 가속폐달 문제로 1200만대에 달하는 대량 리콜 사태로 명성에 금이 갔다. 증가 일로를 걷던 자동차 생산 및 판매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승승장구하던 도요타자동차는 하락세로 돌아선 것일까.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의 원인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한국 자동차 업계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본다.


2.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의 전말

도요타자동차는 2008년 세계 생산대수 942만대, 판매대수 934만대를 기록해 GM을 제치고 자동차업계 정상을 차지했다. 1999년만해도 세계 생산량이 500만대 수준이었으나 급격한 글로벌화로 10년 만에 세계 생산량이 두배로 늘어나면서 생산량 증대만큼 품질관리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도요타자동차 리콜사태의 근본 원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해외에 잇따라 만든 생산공장의 품질 및 관리체계가 국내 만큼 철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현지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는 과정에서 종업원에 대한 관리, 간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도요타는 빠른 속도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늘리면서 도요타의 강점인 ‘품질 제일주의’에 차질이 생겼다. 현지 노동자들을 충분하게 교육을 시키지 못했고, 코스트 절감을 위해 국내외에 늘어난 비정규직 사원들도 품질 저하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적된다.

도요타는 1988년 미국 켄터키주에 해외 첫 현지공장을 건설했다. 현지 공장은 ‘가이젠’ 과 ‘간반’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일본식 경영을 적용해 불량품 양산 등 초기 문제점을 극복하고 대성공을 거뒀다. 2005년에 일본내 판매는 171만대였으나 미국은 226만대에 달해 미국내 판매가 국내를 앞지를 정도로 미국 공장은 큰 성과를 냈다.
당초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던 도요타자동차가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 계기는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강세다. 일본 경제 성장에 힘입어 엔화 가치는 1995년 달러당 79엔까지 치솟았다.
미국 민주당 클린턴 정권에서 보호무역 정책으로 미일간 자동차 무역마찰이 심화된 것도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현지화를 서두른 배경이 됐다. 무역마찰로 인해 수출 의존형 사업 구조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계 상황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현지 공장 사원은 약 3만명을 넘어 세계 전 사원의 10% 이상에 달한다. 관련 부품 업체와 판매점를 포함하면 40만명에 달할 정도로 현지 고용 인원이 많다. 이들은 미국시장에서 도요타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기도 한다.다.(2007년 기준)
2008년의 경우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해 북미 자동차 생산 규모가 20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자동차 생산의 해외 현지화가 완성된 단계다. 외국인 고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상대국과의 무역마찰을 피할 수 있는 지원군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급격한 현지화가 빠른 기간 내 진행되면서 부작용도 생겨났다. 품질 최우선 주의를 내세우는 도요타의 경영 철학이 현지 사원들에게 깊숙이 침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한 후 도요타 본사 측도 이런 점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2000년 후반부터 간헐적으로 일어나던 품질 불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0년 초 브레이크 오작동과 가속페달 잠김 현상으로 총 1200만대에 달하는 최악의 대량 리콜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미국내에서 과도한 공장 확장으로 인한 기술 저하 현상이 나타난 데다 일부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GM 등 빅3를 살리기 위한 정치적 공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량 리콜사태 직후인 작년 2월 미국내 도요타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한 때 시장점유율은 12.8%까지 떨어져 2005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하늘 높이 올라가면 연은 반드시 떨어진다’는 말처럼 기업도 정점을 지나면 쇠퇴기에 접어들게 마련이다”며 도요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우광 ‘일본 재발견’ 인용)
오노 다이이치 전 도요타 부사장은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와 관련, “기업도 연처럼 올라갈 때까지 올라가고 나면 반드시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만들면 팔린다는 자만심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늦어져 오늘날의 도요타 사태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요타자동차가 내세우는 ‘세계 최고의 생산 시스템’이란 자부심이 오히려 전략이나 판매에 방심을 초래해 부분 최적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전략, 개발, 생산, 판매가 일체가 되어 전체 최적의 일환으로 생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해외시장의 경우 지나치게 판매 확대에만 집중돼 이러한 밸런스가 깨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급성장세틀 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3. 도요타, 어떤 회사이길래 -일본식 경영의 대표 주자

잘 알려진 것처럼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최대 제조업체인 동시에 일본 제조업의 자부심이다. ‘자동차 업계’ 1위인 나라가 세계 제조업을 석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2008년 도요타자동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정상에 올라서면서 일본 국민들은 일본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를 키웠다.
도요타자동차는 일본경제의 ‘경쟁력 총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기술,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대표되는 연구개발력(R&D), 60년간 무분규로 상징되는 노사 공동체 정신, 4대째 이어져온 오너 가문의 리더십 등이 어우러져 오늘날의 도요타자동차가 탄생했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쟁력은 여러 요소로 분석이 가능하지만 창업주 가문을 분석해 보면 도요타의 성장사를 한눈에 파악해 볼 수 있다.
도요타는 1933년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가 도요타자동직기제작소에 자동차부를 설치, 포드자동차에 비해 30년 늦게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세계 2차 대전 직후 불황으로 경영 위기에 빠지기도 했으나 1960년 고도 성장기와 1980년대 후반 해외 진출 등에 힘입어 2008년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에 올랐다.
도요타는 2010년 세계 판매대수(다이하츠, 히노자동차 포함)는 841만대를 기록해 3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초 미국 등지에서 발생한 대량 리콜 사태로 브랜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고, 올 3월 발생한 일본 대지진 여파로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생산 및 판매 대수가 감소했다. 올해는 미국 GM에 다시 자동차 업계 정상 자리를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이젠으로 대표되는 품질 관리와 JIT(적시 생산방식)가 도요타자동차를 자동차 업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경쟁력의 원천이다. 창업주 이후 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모노즈쿠리’의 정신도 도요타의 성공 비결이다. 끊임없는 비용 절감과 품질 혁신의 결과다.
1950년대 초반에도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는 확대 생산을 계속한 결과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은행이 융자 조건으로 인원 정리를 요구하자 “절대 해고하지 않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깼다. 이 때 기이치로가 “결과적으로 내가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도요타의 맹점을 치유하는 방법은 ‘정확한 수요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도요타의 위기는 수요 예측의 실패 때문이다.

도요타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최초로 승용차를 자체 개발한 것도, 치열한 노사 분규를 노사화합의 경영으로 이끌어낸 것도, 자동차 대국인 미국 시장에 도전한 것도, 미국과 일본간 자동차 마찰을 슬기롭게 해결한 것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도요타자동차다. 창업 74년째를 맞는 도요타는 기술에서 항상 세계 최고를 자랑해왔다.
도요타자동차는 1937년 설립됐다. 도요타는 도요타 방식을 내세워 창업 후 초고속 성장을 질주해 왔다. 2006회계연도에 일본 기업 중 최초로 영업이익 2조엔 돌파 대기록을 세웠다. 2001년 1조엔을 돌파한 뒤 불과 5년 만에 이익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경이적인 기록을 냈다.
1867년에 태어난 창업주 도요다 사키치는 도요타그룹 모기업인 도요타자동직기를설립했다.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했지만 매일 밤 독학으로 설계를 배워 품질과 생산 효율에서 세계 최고의 자동직기를 만들었다. 사키치의 정열과 연구 정신, 현장주의는 도요타 기업 문화의 바탕이다. 사키치가 방직기 사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은 아들 기이치로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기반이 됐다. 사키치는 “제조로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라” “노동은 인간의 의무다”라는 유지를 남겼다.
창업 2세인 기이치로는 1894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났다. 1920년 도쿄제국대학을 졸업한 뒤 부친 회사인 도요타자동직기에 입사했다. 1921년 미국과 유럽의 산업 시찰을 통해 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내다보고 사내에 자동차부를 설치,자동차 개발 업무를 맡았다.
그는 자동차의 품질을 안정시키기 위해 협력업체의 모든 품질까지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구매처를 늘리거나 구입 가격에 눈이 멀어 구매처를 쉽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했다. 항상 일정하고 안정된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전문화를 꾀하기 위해 협력 업체에 대한 육성과 지도를 강조했다. 창업자들의 이러한 방침이 오늘날 도요타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기이치로는 1941년 사장에 취임, 도요타자동차의 초석을 쌓은 뒤 1950년 전후 디플레이션 때 발생한 노사분규와 자금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도요타는 당시 노사분규의 경험을 활용해 그 뒤 단 한 차례도 노사 분규를 겪지 않았다. 도요타가 반세기 이상 흔들림없이 고속 성장을 지속한 배경에는 이러한 노사 안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이치로가 자동차 산업의 초석을 놓았다면 장남인 도요다 쇼이치로는 회사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창업 3세대인 쇼이치로는 1952년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한 뒤 1960년대에 ‘TQC’(전사적 품질관리)를 도입해 도요타의 품질관리 신화를 일궈냈다.
쇼이치로의 또 하나 뛰어난 점은 전문경영인인 오쿠다 히로시 전 게이단렌 회장과 조 후지오 회장을 키워낸 것이다. 이들 두 명의 뛰어난 전문경영인 덕분에 도요타는 21세기 진입과 함께 글로벌 톱 메이커로 우뚝 섰다.
도요타의 미래는 창업 4세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55) 몫으로 돌아갔다. 2009년 6월 사령탑을 맡은 아키오 사장은 취임 후 발생한 대량 리콜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지로 큰 시련을 겪기도 했다. 6월 4일 한국을 첫 방문한 아키오 사장은 “오는 11월이면 도요타자동차의 세계 생산이 거의 정상화될 것” 이라며 “좋은 품질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도요타 정신은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요타자동차는 국내외 악재로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정상을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4대째 내려오는 오너 가문의 리더십 위에 탄탄한 기술과 자본력을 갖고 있어 도요타가 내년 이후 다시 정상권에 올랄 설 가능성이 높다.
도요타자동차 연구 전문가인 히노 사토시 히로시마대 교수는 “오너 가문과 전문 경영인이 힘을 합쳐 끊임없이 품질을 개선해 나가는 도요타의 경영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도요타의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4. 리콜사태 1년 만에 위기 탈출한 도요타

지난해 초 미국에서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했지만 2010회계연도 도요타자동차의 실적은 예상보다 양호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리콜 사태의 충격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도요타자동차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18조9936억엔, 영업 이익은 3.2배 늘어난 4682억엔을 기록했다.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1% 증가한 730만대였다. 일본내 자동차 판매는 11.5% 감소한 반면 해외 판매가 6.3% 늘어나 전체 판매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대지진 여파로 올 1분기 매출은 4조642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2% 줄어든 460억엔에 그쳤다.
올해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 여파로 자동차 업계 정상 자리를 내놓을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판매 대수(다이하츠, 히노자동차 포함)는 841만대를 기록, 3년 연속 세계 1위였다. 올해는 3,4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1,3월의 경우 GM은 세계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222만 1000대를 기록, 209만 9000대인 도요타자동차를 앞질렀다. 3월 대지진 발생 전 도요타는 올해 3% 늘어난 861만대를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다. 5월 중순 조업률은 50% 선으로 떨어졌다. 6월 들어 70%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오는 11월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는 게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전망이다.

2011년도에 도요타의 세계 판매 대수는 700만대 중반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도요타에 3만대 뒤졌던 GM은 회복세를 타고 있어 올해 정상 복귀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 5월 12일자 분석>
또 신흥국에서 호조인 독일 폭스바겐이 2위로 올라서고, 도요타는 맹추격중인 한국 현대차와 3위 자리를 다툴 전망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6월을 기점으로 지진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어 올 하반기부터 생산과 판매가 급속히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3위는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6월 초순 닛산자동차가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 도요타자동차도 가동률이 90%로 높아져 12사 합계로 80%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2011년도 일본내 생산 대수는 800만대 이상으로 2010년에 비해 90% 수준을 확보할 전망이다. 도요타는 국내 1개 공장 가동률을 6월 중 90% 수준까지 올릴 계획이다.
2010년도 일본 국내 생산은 약 899만대였다. 지진 전 각사의 2011년도 생산 계획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진으로 100만대 가량 줄어들어 8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도요타자동차는 리콜 및 지진 사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브랜드 평가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량 리콜로 인한 후유증에서 예상외로 빨리 정상을 되찾았다는 분석이다.
국제 브랜드 평가사인 ‘밀워드 브라운’이 2011년 5월9일 발표한 ‘글로벌 톱 100 브랜드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도요타 브랜드 가치는 작년보다 11% 증가한 242억달러로, 지난해 1위였던 BMW를 제치고 자동차 부문 1위에 올랐다.
도요타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줄곧 1위를 차지했으나 2010년 미국발 대량 리콜 사태로 BMW에 1위 자리를 내줬다. BMW는 작년보다 3% 늘어난 224억달러, 메르세데스-벤츠는 12% 증가한 153억달러로 3위, 혼다는 1% 증가한 142억달러로 4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5. 세계 자동차업계,정상 복귀 가능성

도요타는 창업 이후 여러차례 위기를 극복했다. 1950년대에도 창업자인 기이치로가 확대 노선을 택한 결과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당시 은행이 융자 조건으로 인원 정리를 요구하자 “절대 해고하지 않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깨고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도요타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다. 일본 최초로 승용차를 개발했으며 치열한 노사분규를 노사화합으로 이끌어냈다. 또 미국 시장에 도전해 성공을 거뒀으며 미일 자동차 마찰도 현지 공장 건설도 해결했다. 환경차인 하이브리드차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도요타다.
도요타는 기술과 자금을 갖고 있다. 미래가 어둡지만 않다. 리콜 사태로 우려됐던 소비자 신뢰도 저하도 지난해 하반기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상당히 극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 5월9일 국제 브랜드 평가사인 밀워드브라운이 발표한 ‘글로벌 톱100 브랜드 가치’에서도 지난해 1위였던 BMW를 제치고 다시 정상에 복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 발생한 일본 대지진으로 부품 조달망이 무너지면서 평균 50%선까지 가동률이 떨어졌지만 올 3분기께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콜사태 충격은 어느정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도요타가 5월 초 발표한 2010년 회계연도 연결 결산(미국회계 기준)도 양호했다. 신흥국의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순이익은 4081억엔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매출도 소폭 증가한 18조9936억엔을 기록했다.
대량 리콜 사태 여파로 북미 지역 판매가 3% 감소했으나 아시아에선 28% 증가해 125만대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량 리콜 사태가 미국 이외 지역에선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증거다.
GM 등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세로 도요타자동차가 올해 업계 1위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각의 시각처럼 도요타자동차가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도요타자동차는 대량 리콜 충격에서 벗어나 ‘안심 전략’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리콜 사태 이후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직접 관리하는 글로벌 품질위원회를 설립해 해외 공장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또 세계 6개 지역에 ‘CQO(Chief Quality Officer)’ 직책을 신설, 1000여명의 엔지니어에 대한 안전 관련 임무를 재부여하는 등 품질 관린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이러한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자동차가 다시 업계 정상에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의 기술 애널리스트인 세노오 겐이치로는 도요타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기술력의 일본이 사업에 실패하는 이유(2011년간,21세기 북스)>
도요타는 가솔린 자동차의 차세대 모델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보급중이다. 기존 모델과 신규 모델을 조합한 하이브리드는 어떤 의미에서 기조 모델의 연명책이다. 하이브리드 연명책은 단명할지도 모른다는 게 세노오씨의 분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이노베이션의 딜레마를 포함하고 있다. 엔진을 사용해 모터를 돌리는 것이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시사점***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는 도요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동차 업계에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완성차 업체나 부품 업체 모두 생산 능력이 급속히 증대할 경우 예상치 못한 품질 저하 문제에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급격히 판매가 늘어나는 현대,기아차에도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조금만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하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브랜드 인지도나 품질 신뢰도가 낮은 한국차 업체의 경우 만약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도요타보다도 훨씬 큰 충격을 받을 게 뻔하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넘어설 만큼 대약진하고 있다. 잘 나갈 때일수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차미국법인(HMA)은 5월 1일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작년 동기보다 21% 증가한 5만9214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5월 판매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치로, 5개월 연속 월간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기아차 미국법인(KMA)은 4만8212대를 팔아 주요 업체 중 가장 높은 53.4%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월간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이며, 3개월 연속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양사를 합친 월간 판매량은 10만7426대에 달해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106만1841대)의 10.1%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두자릿 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일본 닛산(7만6148대)과 혼다(9만773대)를 제치고 미국 시장 5위에 올랐다. 10만8387대를 팔며 순위가 4위로 떨어진 도요타와의 격차는 961대에 불과했다. 미국 GM은 작년 5월보다 19% 증가한 22만 1192대로 1위를 지켰고, 작년보다 9%늘어난 19만 1529대를 판매한 포드가 2위에 올랐다. 3위는 크라이슬러(11만 5363대)가 차지했다.
현대차는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IT업계에서 한국 삼성과 일본 소니 등이 대접전을 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차가 도요타를 제칠 수 있을지 세계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