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에 추격을 허용해 42년 만에 세계 2위에서 3위 경제대국으로 떨어지게 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디플레에 빠지면서 2000년대 중반 불황에서 벗어났던 일본경제가 다시 추락할 것으로 보는 경제 전문가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무역대국이며,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는 경제 강국이다.
기자는 일본이 10년 장기불황을 겪던 2000년대 초반과 경기가 회복기를 맞은 2000년대 중반 두 차례에 걸쳐 4년여간 일본에서 산 적이 있다. 경기 침체기와 회복기를 모두 겪어 봤지만 해외에서 보는 것과 달리 보통 사람들의 삶은 실제 큰 차이가 없었다.
불황기에도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도 열심히 일만 하면 중류층으로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해지고,서민층 소득이 줄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만큼 살기가 어렵지는 않다.
일본경제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소 제조업체와 자영업자들이 강해서다.장기 불황 속에도 일본경제가 경쟁력을 꿋꿋하게 유지하고 사회가 불안하지 않은 것은 자영업자들이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 도쿄는 물론 지방 도시의 주택가에 들어가보면 수많은 자영업소들이 활기차게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기자가 살던 도쿄 신주쿠 뒷골목에도 100여년 이상 된 빵집,라멘집,꽃집 등이 많았다.명문대를 나온 뒤 부모의 뒤를 이어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이웃가게의 주인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자영업자의 안정없이 사회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선진 외국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특히 높은 한국 사회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말 한국의 자영업자는 570여만명으로 추정된다.4년 전보다 50여만명 감소한 숫치다. 경기침체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영한다.올들어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경기 호전을 실감하는 자영업자들은 거의 없다.대부분 영세 업자인 데다 고객층이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고용 창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실업과 다름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 ‘광의의 실업자’는 작년 말 329만9000명에 달했다. 1년 전보다 36만7000명 늘어난 수준이다.
자영업 활성화 없이 고용을 늘리기도 어려운 게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최우선 정책 목표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서민경제의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약속대로 자영업자를 포함한 서민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자영업자들이 다시 중산층 대열에 합류할 수 있어야 한국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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