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기질을 나타내는 말로 ‘혼네(속)’와 ‘다테마에(겉)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실제 속 마음이 차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외국에서는 일본인은 ‘이중적’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인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일본 사람들은 1868년 메이지유신 때까지 ‘칼’ 이 곧 ‘법’으로 통하는 무사시대를 살았다.따라서 마음대로 행동하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속내를 감추고 꾹꾹 참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숙명 이었다.

지난 11일 치러진 일본 총선은 일본인의 숨은 기질을 그대로 보여줬다.

여론 조사에서 여당 승리는 어느정도 예견됐지만,연립 여당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이상을 석권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14일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투표를 하고 난 일본인 조차도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기자도 선거전 집 주인 이나 평소 안면 있는 동네 사람들에게 몇 차례 선거 전망을 물어봤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언론사들은 자민당의 대승 원인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에 대한 평가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선거 공약을 비교해 보면 경제나 외교 정책에서 민주당이 훨씬 개혁적이고 전향적 이다.

민심의 밑바닥을 살펴보면 유권자들이 왜 자민당을 지지했는지를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맑고 깨끗해 보이지만 나약한 오카다 카츠야 민주당 대표 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인구 대국인 중국 이나 이웃나라 한국에 대해 할 말을 하는 고이즈미 총리가 ‘강력한 일본’을 만들어 주길 고대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고이즈미 총리와 오카다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함께 개혁을 외쳤다. 하지만 외교 정책과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선 뚜렷한 인식 차를 드러냈다.

바로 이 점이 유권자들의 선택 포인트 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다시 총리가 되면 1년에 한번은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오카다 민주당 대표는 자신은 총리 재임 기간중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해 공식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교정책에도 차이가 났다.

오카다 대표는 대미 관계에 비해 경시돼온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주변국과의 유대 강화에 힘써 ‘아시아속의 일본’을 지향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비해 고이즈미 총리는 대미 외교를 최우선한다는 기존 노선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일본인들은 ‘강대국 일본’을 외치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몰표를 던졌다. 12년만에 가장 높았다는 67.5%의 투표율은 일본인들의 속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대변한다.

일본인들은 1990년을 기점으로 불황에 빠졌던 경제가 최근 다시 살아나면서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세계 2대 경제대국 일본이 강해지면,한국 입장에선 기회 이면서도 위기가 된다.

1억3000만명의 거대시장을 가진 이웃나라가 호황이 되면 수출도 늘고 인력 진출 기회도 생긴다.

반면 일본은 힘이 세지면 어김없이 대륙으로 진출해 아시아지역에선 분란이 생긴 사례를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자민당은 창당 50주년을 맞는 11월15일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 초안을 선보인다.

보수 우경화 흐름 속에 강력한 지도자가 등장한 일본에 대해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