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DNA(1)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일본에서 살다보면 일본인은 정말 꽃을 좋아하는 국민이라는 것은 자주 느끼게 된다.웬만한 골목길에도 꽃가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중인 일본의 정년 퇴직자들이 이상적으로 꼽는 여생은 대도시 변두리나 시골로 내려가 꽃을 가꾸면서 사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꽃 중에서도 벚꽃(사쿠라)을 가장 좋아한다. 매년 3월만 되면 일본의 일기 예보는 한국과 크게 다른 게 하나 있다. 일본 표현으로는 흔히 ‘사쿠라 전선’이라고 한다. 국토가 넓지 않지만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지역별로 벚꽃의 개화 시기를 알려 주는 것이다.



일본의 보통 사람들은 봄의 전령으로 사쿠라 개화 소식을 기다린다. 올해는 날씨가 추워 예년에 비해 일주일 이상 개화 시기가 늦어져 그만큼 꽃소식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마음은 애틋했다.



일본인들은 평소 남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상대방에게 작은 피해라도 끼치는 것을 조심해 한다. 그러나 벚꽃이 피면, 어김없이 꽃이 피는 나무 밑에서 직장 동료나 가족단위로 모여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떠들며 논다.



도쿄지역은 4월 초순 절정기를 지나 대부분 지역에 꽃이 진 상태다. 지금은 북부지방으로 사쿠라 전선이 북상하고 있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벚꽃이 많이 등장한다. 몇년전 한국에서 히트했던 ‘라스트 사무라이’에서도 주인공인 마지막 사무라이는 벚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희열에 찬 모습으로 죽어간다. 일본인과 ‘사쿠라’의 심정적 관계를 잘 표현한 장면중 하나인 듯 싶다.



1년을 기다렸다가 불과 일주일 정도만 활짝 핀뒤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떨어져 버리는 ‘사쿠라’의 미학. 일본인들은 작은 섬나라에서 짓눌려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벚꽃처럼 활짝 피기를 고대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역사 교과서와 영토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대립을 보면서 다시 사쿠라와 일본인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일본에선 우익 세력의 목소리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60년전 세계 2차대전의 패전과 함께 숨 죽였던 보수, 우익 세력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나간 동아시아 역사를 보면 일본의 힘이 넘치고 국운이 고조됐을 때면 어김없이 아시아에 분쟁이 발생하곤 했다. 21세기 세계경제의 주역이 되고, 세계 역사를 리드해야할 아시아 3국간 갈등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시아 3국의 양식있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슬기롭게 북동아시아의 갈등을 풀어나가야할 책임이 있다. 아시아가 지역 분쟁으로 더 이상 세계에서 낙오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시아인을 위해서나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아시아인의 단결’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인의 DNA(3)으로 계속됩니다.